"벼랑끝전술 따라하냐"vs "이준석 지키자"..이준석 잠적에 갈라진 국민의힘
홍준표 등 윤석열 측에 책임 물으며 '비호'
"대표로서 무책임" 비판 속 자진사퇴 촉구도
선거대책위원회 출항 하루 만에 국민의힘이 두 동강으로 쪼개지고 있다.
당대표 패싱 논란에 이준석 대표가 30일 예정된 모든 일정을 전격 취소, 잠적 모드에 들어가면서다. 앞서 이 대표는 '윤석열 선대위'의 주요 일정을 미리 공유받지 못하고, 이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영입이 발표되자 업무 보이콧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100일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갈등이 노골화한 것도, 이 같은 알력 싸움에 대표직 사퇴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드문 일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윤석열파' vs '이준석파'로 나뉘어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이준석 지키자" 홍준표 등 이준석 호위무사 자처
이준석 대표의 '돌출 행동'을 두고 당 안팎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이준석 패싱 논란의 책임을 윤 후보 측에 돌리며 '이준석 지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이준석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홍 의원은 "(이준석 대표 없이는) 대선 치르기 어렵다. 당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 망친다"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상임 선대위윈장이 되어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설쳐서 대선캠프가 잡탕이 됐다"며 "벌써 자리싸움이니 참 한심하다"고 윤 후보 주변을 에워싼 측근들이 문제라고 이 대표 편들기에 나섰다.
"이준석 패싱 논란의 본질은 윤석열 측근들의 자리싸움"
홍 의원은 "패싱당할 바에는 '선대위는 자기들끼리만 하라'고 하면서 상임 선대위원장 사퇴하고 당대표로서 당만 지키는 방법도 있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2030 남성들을 대변해 온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와 우리 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인데, 지금 필승공식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 대표 역성을 들었다.
윤석열 X파일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 힘내라! 이 대표 지키기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해야 할 것 같다"며 이 대표를 응원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 후보 측 "김종인식 벼랑끝전술? 제1야당 대표로서 무책임"
반면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제1 야당 대표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윤석열 후보 측은 이 대표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판을 흔들어 버리는 일종의 김종인식 '벼랑끝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 후보 측 인사들 사이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구원 등판을 위해 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오는 상황.
윤 후보를 지지하는 당내 인사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 대변인을 선발하는 '토론배틀'에 함께한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그냥 푹 쉬어"라고 공격했다.
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권 교체만을 갈망하고 꾹꾹 참아왔던 우리도 이제 '여기까지만!'"이라며 "SNS와 온갖 방송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윤석열 후보 뒤통수 치기뿐! 그 이모티콘 서양에서 '조롱'과 '경고'의 뜻이라는데 대체 누구한테?"라고 이 대표의 행동을 비판했다.
전여옥 "관종 이준석의 대처법? 그냥 푹 쉬어" 자진사퇴 촉구도
전 전 의원이 언급한 이모티콘은 이 대표가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 이후에 약 50분 뒤 남긴 'ㅅ_ㅅp'를 가리킨다. 이모티콘의 영어 소문자 'p'는 '엄지척'의 엄지를 땅바닥으로 향해 거꾸로 든 모양으로, 대결 상대를 철저히 깔아뭉개 주겠다는 경고의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전 전 의원은 "2030의 기대를 박살 내고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 땀 흘려 지은 농사에 불을 지르다니! 관종 이준석 대처법? 그냥 두자"며 "그래 푹 쉬어. SNS도 하지 말고 전화 인터뷰해도 되는 방송에 라디오 부스까지 달려가지도 말고. 당도 편안해질 거고 윤석열 후보도 잔신경 안 쓰고, 그게 국민 걱정 덜어주는 거니까"라고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람들 금방 이준석 잊을 거다. 앞으로 나타나지 않겠다는 말 꼭 지켜달라. 중대결심 그런 거 안 해도 상관없다"고 쏘아붙였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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