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르만 로맨스' 장르만 코미디 걸출한 연출

2021. 11.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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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일단 재미있다. ‘극한직업’에서 그랬듯 코미디에 있어선 영화 한 편을 자신의 장르로 만들어 버리는 류승룡이 ‘조은지’라는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만나, 틀에 박히지 않은 코미디물을 만들어 냈다. 캐스팅도 신선하다. ‘장르만 로맨스’라고 이름 붙은 이 영화는 코미디의 탈을 쓴, 관계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의 외도로 인해 이혼 후 새 가정을 꾸린 천재 작가 ‘현’(류승룡)은 베스트셀러를 낸 뒤 7년째 슬럼프에 빠져 있다. 이중으로 나가는 양육비에 사춘기 아들, 치고 올라오는 후배 작가 때문에 괴롭지만 글은 나오지 않고, 출판사 마감은 다가온다. 그러다 우연히 천재 작가이자 제자인 ‘유진’(무진성)의 습작을 읽고는 자유롭게 술술 글을 써 내는 그에게 공동 집필을 제안한다. 다소 산만해질 수 있는 6인의 캐릭터는 개성 만점 캐릭터의 다채로운 케미스트리로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

배우 류승룡이 일도 사랑도 꼬여 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으로 분해 애드리브 같은 말맛 만점 생활 대사를 찰떡처럼 소화한다. 현은 가장 코너에 몰린 인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 중 가장 공정하게 주변 사람들을 대한다. 자신을 향한 유진의 고백에 당황스러워 하다가도 그의 정체성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며, 질풍노도로 흔들리는 아들 성경의 일탈을 감싸 안고, 자신의 전처에게 순정을 바치는 친구 순모를 미워하는 대신 둘의 행복을 빌어 준다.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 등에서 빛나는 연기를 보여 준 오나라는 현의 전 부인 ‘미애’ 역을 맡아 완벽한 워킹 맘이지만 사랑을 기다리는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린다. 친구 같은 모자 케미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성유빈과 환장하는 모자 케미를 보여 준다. 여기에, 슬럼프에 빠져 글 한 자 못 쓰는 현을 든든하게 조력하며, 현의 전처인 미애에게는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치는 ‘순모’ 역의 김희원은 대체 불가 웃음을 책임진다. 어딘가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40대 게이 남자의 시기, 질투, 열등감이라는 어려운 연기를 설득력 있게 해낸 오정세, 파워 이혼이 어떤 이들에겐 해피 엔딩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류현경의 연기도 영화를 믿고 보게 만든다. 배우 무진성은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드라마로는 눈도장을 많이 찍었지만 영화는 처음인 그는 선배 작가를 사랑하는 유진 역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소화해 내며, 류승룡의 오라에 지지 않는 힘을 선보인다.

배우들의 빈틈 없는 연기 앙상블은 감독 조은지의 힘이다. 단편 영화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녀는 ‘갈등-위기-이해-새로운 관계 설정’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신선한 전개를 만들어 간다. 극중 에피소드에서 ‘일반적인’ 로맨스는 없다. 현은 아들뻘인 남자 제자에게 사랑 고백을 받고, 현의 전 부인 미애는 현의 절친인 순모와 비밀 연애를 이어 오며, 현의 아들 성경은 미스터리 4차원 이웃 아줌마 ‘정원’(이유영)과 어울리며 ‘거지 같은 집구석’을 벗어나 자신이 이해 받는다고 느낀다. ‘살아남은 아이’와 ‘윤희에게’에 출연했던 성유빈은 시한폭탄 같은 중2병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 영화를 성경의 성장담으로 바꿔 버린다. 그의 질풍노도 캐릭터에 착 붙는 메소드 연기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전한다.

인생이 날린 어퍼컷에 얻어맞은 영화 속 인물들은 쓰러지는 대신 털고 다시 일어서 걷는다. 망가져도 좋다. 슬픔은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한판 놀다 가자고 말하는 듯한 영화는 보컬 이희문이 이끄는 퓨전 국악 밴드 ‘씽씽밴드’가 부른 ‘사설난봉가’로 엔딩을 장식한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양한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러닝 타임 113분.

[글 최재민 사진 NEW, ㈜비리프]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7호 (21.12.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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