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동안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R&D 투자·인력차 더 벌어졌다
국내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R&D 투자와 인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 R&D 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9월 국내 기업 가운데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 479개를 대상으로 대면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응듭 기업 중 절반 이상 기업들은 ‘새로운 R&D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65.0%에 달했고, 중견기업은 58.1%, 중소기업은 44.0%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화학(50.9%), 전기·전자(50.5%), 생명과학(50.0%)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소중립 실현, 디지털 혁신, 감염병 대응 등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R&D 투자비를 증액한 대기업은 12.5%로 감액한 비중보다 6.2%포인트 높았으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5.7%와 10.3%가 증액했다.
반면 기업 R&D 활동의 양과 질, 투자, 인력 등 전반에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심화되고,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R&D 활동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10개 기업 중 2개 이상은 ‘중도 포기한 R&D활동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중 대기업의 비중은 5.0%에 그쳤다. 이와 달리 중견기업은 16.3%, 중소기업은 28.8%로 나타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R&D 활동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비를 감액한 기업은 전체 18.7%로 나타났다. R&D 투자 자금 조달이 어려운 이유를 묻는 항목에 대기업은 ‘영업이익 감소 등 수익성 저하(43.8%)’를 꼽았으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정부출연금 확보의 어려움’이 각각 30.0%, 4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들의 R&D 인력 확보 수준을 묻는 항목에는 ‘100%이상’을 확보했다고 답한 기업이 5.9%에 지나지 않으나, ‘50%미만’에 불과한 경우는 23.8%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50%미만’인 비중이 25.0%로 나타나 R&D 인력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정책 활용과 효과성’에 대한 질문에 기업들은 ‘조세지원’ 정책에 가장 많이 참여(43.7%)했으며, 효과성 또한 5점 척도 중 3.03으로 가장 높았다고 평가했다. 정부 지원제도 중 하나 이상 활용한 기업은 60.7%로, 절반 이상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기업들은 코로나19 극복 이후 R&D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총 380여 건에 달하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언택트 시대에 맞는 시장진출을 위한 디지털 기반 시장 개척 지원사업, 정부 R&D 과제 관련 정보제공과 기획지원·서류 간소화, 연구 인력의 장기 고용유지 지원, 정부 과제 성공판정 시 후속 상용화 자금지원, 시험검증 비용 또는 공용장비 활용 개선 및 확대, 산학연 협력 매치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R&D를 통한 기술 진보의 기회는 한번 놓쳐버리면 영원히 도태될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 기업들의 공격적인 R&D 활동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성장을 담보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처럼 대·중소기업 간 R&D 활동 격차가 벌어지는 건 우려스러운 일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대안을 발굴해 관계부처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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