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어디서' '어떻게'가 관건..도심 자율주행 챌린지로 한 발 더
[OSEN=강희수 기자] 자율주행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어디를 어떻게 달리느냐가 그나마 새로운 소식일 따름이다.
성큼 다가운 자율주행차 시대를 좀더 강하게 실감할 수 있는 행사가 있어 한달음에 현장을 찾았다. 신호등이 있고 횡단보도가 있는 도심 속 도로를, 그것도 대학생들이 만든 자율주행차가 추월까지 해 가며 질주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은 한 걸음 더 현실이 됐다.
자율주행의 현실화 단계를 실감할 수 있었던 행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일원에서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서울시가 공동 주관으로 치르고 있는 '2021 자율주행 챌린지' 본선 대회가 29일, 이 곳에서 펼쳐졌다.
이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 대회다. 작년 중순 께 대회 공고가 났고, 지난 3월 예선이 열렸다. 자율주행 기술이라는 게 몇 개월 안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보니 경진을 위한 준비 기간도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예선 때는 23개 대학팀이 몰려 치열하게 경쟁했다. 예선을 거쳐 이번 본선에는 단 6개 대학팀이 살아 남았다. 예선은 실제 오프라인 대회 장소와 동일한 버추얼 환경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계명대, 성균관대, 인천대, 인하대, 충북대, 카이스트 등 6개팀이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영광의 이름들이다.
이번 본선은 여느 때와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 동안은 레이싱 서킷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지정된 길을 누가 정확히 빠르게 가는가를 다퉜는데, 이번에는 아예 도심 속 실 도로로 나왔다. 아직은 사고 위험이 남아 있어서 경찰의 통제는 있었다. 대회 참가 차량과 일반 차량이 서로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대회 참가 차량들은 실제 도로의 규칙들은 철저하게 지켜야 했다. 교통 신호를 지켜야 하고, 다른 차량과의 충돌이나 추돌도 회피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지정된 코스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돌아야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운전석에 운전자는 탑승하지만 사람이 주행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사람 운전자'가 개입할 경우 감점이 이뤄진다.
이번 대회만의 각별한 의미는 '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제 교통운행 환경을 갖춘 서울 도심 도로를 바르게 달리는 대회'인 셈이다.
‘자율주행 챌린지’는 국내 대학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돕고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2010년부터 진행해온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의 새로운 명칭이다. 올해는 전기차 기반으로 실제 도심 교통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 활성화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지난 대회까지는 내연기관차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 참가팀들은 현대차그룹이 제공한 니로EV를 이용해 최초로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를 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기술을 지원해 차량 개조에 대한 부담을 줄여 학생들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참가팀에 기술 및 차량 제작을 지원했고, 서울시는 통신∙도로∙교통신호 등 안정적인 대회 환경을 구축하는 형태로 상호 협력했다. 종전 대회에서는 폐쇄된 트랙에서 가상의 장애물을 놓고 자율주행 차량 1대씩 개별적으로 운행해 순위를 가렸다.
올해 대회가 열린 상암동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는 자율주행 C-ITS(Cooperative –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인프라가 갖춰진 구역이다.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기에는 좋은 여건을 갖췄다.
대회 참가차들은 상암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여러 대가 동시에 주행하는 방식으로 자웅을 가렸다. 주행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평상시 차량들의 시내 주행 속도 수준으로 내달리다가 정지신호를 만나는 정차를 하고, 주행 신호에 따라 다시 출발해 정해진 4km 거리의 코스를 가장 빠르게 돌아야 승자가 된다. 차량 회피 및 추월, 교차로 통과, 신호등∙차선∙제한속도∙스쿨존 등 도심 교통법규를 준수여부가 주요 채점 항목이다.
차량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운전자와 평가자가 탑승했으며, 일반 참관인들은 안전을 고려해 상암 디지털미디어스트리트(DMS) 행사 무대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 중계영상을 시청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카이스트 KI-Robotics팀(11분27초)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으며, 충북대(13분31초)가 준우승을, 인천대(14분19초)가 3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인하대, 성균관대, 계명대 순으로 입상했다.
최종 우승팀인 카이스트 KI-Robotics팀 이대규 학생은 “이번에 참가한 팀 중 유일하게 GPS를 쓰지 않았는데, 이 한계를 상황 판단 기술로 극복한 게 주요 우승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본선 참가팀에게는 우승팀 상금 1억 원/북미 견학, 준우승팀 상금 5,000만 원/중국 견학, 3등팀 상금 3,000만 원, 4등팀 상금 1,000만 원, 5, 6등팀 상금 500만 원 등 총 3억 원 상당의 보상이 주어졌다.
이번 대회 기간에는 6개 참가팀이 2대씩 제작한 총 12대의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보셔틀(현대자동차), R.E.A.D시스템(기아),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 차량 M.VisionS(현대모비스), 디펜스 드론(현대로템) 등 자율주행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도 함께 열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국내 최초 전기차 기반으로 실제 도심 교통환경에서 여러 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동시에 주행하며 기술 시연을 펼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와도 유기적으로 협력해 자율주행 생태계를 공고히 구축하는 데 지속적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 외에도 자율주행, 전동화 등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차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산학협력 활동의 일환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H-모빌리티 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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