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신형 '제타' | 2000만원대 가성비 자랑하는 독일 세단, 폭스바겐 신형 제타
지난해 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7세대 준중형 세단 제타를 들여왔다. 수입 세단임에도 2000만원대라는 가격을 내세운 제타는 지난 10월 출시 직후 순식간에 초도 물량 2650대가 완판됐다. 이를 포함해 제타 총 6119대가 국내 곳곳을 달리고 있다.
올해 1월 출시된 2021년형 제타는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앞 좌석 통풍 시트와 뒷좌석 열선 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등 편의사양을 추가하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안전 사양을 개선했지만 가격은 2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해 첫 차를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부터 가볍게 운행할 중년층까지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형 제타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외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면에는 커다란 그릴과 굵직한 선이 돋보이는 폭스바겐 특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헤드라이트와 그릴을 연결해 준중형급 세단임에도 넓어 보이는 느낌을 강조했다. 수동식 사이드미러도 여전히 유지됐다.
호불호 없는 기존 디자인에 다양한 편의·안전 사양 확충
폭스바겐의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타의 측면은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으로 날렵한 모습이 돋보인다.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스포티한 디자인의 17인치 알로이 휠도 제타의 경쾌한 주행감과 잘 어울렸다. 제타의 전장(차의 길이), 전폭(차의 폭), 전고(차의 높이)는 각각 4700㎜, 1800㎜, 1460㎜다. 앞바퀴 중심부터 뒷바퀴 중심까지의 거리(휠베이스)는 2686㎜에 달한다.
후면에는 널찍한 LED 리어램프와 스포일러가 더해져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후면 트렁크에는 2열 시트가 접히는 방식으로 설계해 준중형급 세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적재 공간을 갖췄다. 제타의 기본 적재 공간은 510L, 2열 시트를 접으면 986L까지 늘어난다.
내부에서는 콕핏(운전석)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이전에 바늘형이었던 클러스터는 디지털로 바뀌면서 운전자를 향해 비스듬히 놓여 빛을 받아도 잘 보이도록 설계됐으며 8인치 크기의 멀티 컬러 메인 디스플레이도 운전자가 조작하기 편하게 운전석을 향해 배치됐다. 음성 인식 차량 컨트롤과 제스처 인식 시스템도 적용됐다.
신형 제타에는 통풍 시트와 앞 좌석 열선시트 등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사양들이 전 트림 기본 사양으로 장착됐다. 운전석 전동 조절 시트와 메모리 시트 등 인체 공학적 시트 시스템도 탑재됐다. 다만 디지털 클러스터와 뒷좌석 열선 시트 등 역시 선호도가 높은 고급 사양들이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에만 적용된다는 점은 아쉽다.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지만, 외관의 깔끔한 인상이 이어졌다.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버튼들이 일렬로 배치돼 편의성이 우수했다. 덕분에 제타를 처음 타보는 운전자도 손쉽게 원하는 기능을 찾아 조작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유명 오디오 브랜드와 협업해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제타의 내부 스피커 음질은 부실했다.
체급 대비 공간은 여유롭다. 1열의 헤드룸과 레그룸은 아주 여유롭지는 않아도 부족하거나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2열 역시 탑승자를 태우고 이동할 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준중형 세단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을 구성했다.
바람처럼 달리는 콤팩트 세단⋯적은 배기량에도 힘은 만족
도로에서 액셀을 밟는 순간부터 제타는 ‘가벼운 바람’이라는 이름처럼 이름답게 경쾌하게 속도를 높여 나갔다. 좌우 바퀴를 하나로 연결한 토션빔 서스펜션 특성상 딱딱한 승차감을 우려했으나, 요철이 있는 도로나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었다. 가속하면서 코너를 돌았을 때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빠져나왔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들린다.
속도감응형 핸들은 가벼운 편이라 조향이 쉬웠지만, 속도를 꽤 많이 높인 뒤에도 여전히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갈 때 힘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폭발적이지도 않았다. 1.4L TS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제타는 최고 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25.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주행 모드는 일반적인 차량과 같이 △에코 △노멀 △스포츠 △인디비주얼(개인 설정) 등 네 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 일상에서 균형 잡힌 주행을 뒷받침하는 노멀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배기음부터 달라지면서 더 예민하고 민첩한 액셀과 스티어링 휠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보다 적극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도록 조율된다. 에코 모드는 변속 시기와 액셀 반응, 공기 조절 장치 설정을 최적화해 연비 효율에 중점을 맞췄다.
폭스바겐 차량이라면 디젤 엔진을 중심으로 한 파워트레인을 떠올리게 되지만, 제타는 가솔린에 크지 않은 배기량을 채택하면서도 넉넉한 힘을 보여줬다. 제타의 제로백(시속 0㎞에서부터 100㎞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8.9초, 최고 속도는 210㎞/h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이날 도심에서 약 50㎞를 주행하면서 얻은 연비는 11.1㎞/L다. 촬영 장비를 설치하고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느라 엔진을 켜고 정지 상태에 둔 시간이 길었음에도 두 자릿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제타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3.7㎞/L, 도심 및 고속 연비는 각각 12.1㎞/L, 16.4㎞/L다.
제타는 이번 연식 변경에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전 트림에 장착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과 차선 유지 보조 장치인 레인 어시스트 등이 기본 적용돼 탑승자 안전성과 운전자 편의성을 높였다. 레인 어시스트는 능동적으로 핸들을 돌려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민하게 작동해 차가 레인 쪽으로 다가서면 경고를 보낸다.
2000만원대 차량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을 대거 갖췄다. 통풍 시트와 열선 시트 외에도 파노라마 선루프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10가지 색깔을 제공하는 엠비언트 라이트 등이다. 스마트폰과 차량 디스플레이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한다.
2021년형 제타의 가격은 프리미엄 트림 2990만원, 프레스티지 트림 3330만원이다. 여기에 9%를 할인해주는 폭스바겐파이낸셜 서비스 등을 적용하면 프리미엄 트림이 2600만원대, 프레스티지 트림이 2900만원대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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