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하고 부드럽게"..검고 딱딱한 태양전지 '안녕'
[경향신문]
검고 딱딱한 기존 태양전지를 다양한 색깔을 지닌 유연한 태양전지로 바꾸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건물의 곡면처럼 태양전지를 설치할 수 없던 공간에서 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최경진 교수팀은 실리콘 소재의 태양전지에 아주 작은 구멍을 조밀하게 뚫어 잘 구부러지게 만든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현재 일반적으로 쓰는 태양전지는 검은색 판자 형태다. 딱딱한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억지로 구부리면 균열이 생기면서 깨진다. 연구진이 내놓은 기술의 핵심은 태양전지에 수십㎛(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크기의 미세 구멍을 다수 뚫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빛이 투과하는 고분자 물질을 채웠다. 그랬더니 수천번 굽혀도 파손 없이 고무처럼 원래 형태를 유지하는 투명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건 구멍에 넣는 고분자 물질에 색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녹색이나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태양전지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도시 미관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태양전지가 수백번 굽힘 시험을 거친 뒤에도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효율을 처음의 95% 이상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최경진 교수는 “새 기술을 쓰면 건물 곡면은 물론 동그란 디자인을 지닌 각종 웨어러블 기기에도 태양전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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