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프리랜서 시장 선점하는 글로벌 은행..국내 은행 걸음마 수준

전종헌 2021. 11.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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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 체이스·리리·N26, 1인 사업자 성장세 주목
서비스 이용 진입 장벽 낮고 백오피스 업무도 지원
국내서도 프리랜서 증가 .."2025년 450만명"
[사진 제공 = 연합뉴스]
JP모간 체이스, 리리, N26 등 글로벌 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커지는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 이들을 겨냥한 금융(뱅킹)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디지털 경제 확산, 직업관 변화 등에 따라 1인 사업자인 프리랜서가 늘고 있는데 이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도 2030 MZ 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랜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금융서비스가 '간판'만 내건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은행들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미국·유럽·싱가포르, 프리랜서 금융서비스 활성"

글로벌 은행들은 빠르게 확대하는 프리랜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특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세계경제포럼은 오는 2027년 미국 노동자의 과반수가 프리랜서로 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2019~2020년 미국 전체 취업자 수가 1000만명 감소할 때 프리랜서는 200만명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이전에 평균 26%에 머물던 취업자 대비 프리랜서 비중이 지난해에는 40%로 껑충 올라섰다.

30일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금융기관들은 프리랜서 대상 금융서비스를 통해 이들의 경제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8월말 기준 관련 상품만 30개 이상이다.

프리랜서 특화 금융서비스를 하는 대표적인 은행들은 JP모간 체이스,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격인 디지털은행을 표방하는 리리(Lili)와 N26 등이다. 리리는 미국에서, N26는 독일에서 주로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다.

리리는 프리랜서 전용 금융서비스를 미국에서 출시했으며 올해 초까지 프리랜서 고객 20만명이 계좌를 만들어 서비스를 받고 있다. 리리는 해당 서비스 출시 후 벤처캐피탈로부터 성장성을 인정받아 총 8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받기도 했다.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세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의 N26는 발빠르게 2015년부터 프리랜서를 위한 비즈니스 계좌를 출시했고 운영 국가를 유럽 24개국을 넘어 북미까지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고객은 700만명에 달한다.

JP모간 체이스의 경우 영세기업 대상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비즈니스 컴플리트 뱅킹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널드웰렛, 머니언더30 등 다수의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에서 프리랜서를 위한 최고의 뱅킹서비스로 선정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 경쟁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 파고 등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비스 이용 진입 장벽 낮아

글로벌 은행들이 제공하는 프리랜서 전용 뱅킹서비스의 주요 특징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낮은 이용 장벽과 백오피스(세금 관리, 회계, 송장 업무 등) 업무 지원, 전용 대출 상품 취급, 편리한 접근성 등이 꼽인다.

리리와 N26는 계좌유지, ATM 사용, 직불카드 결제 등 기초적인 서비스를 수수료와 최소 유지 예금액 등 여타 의무 조건 없이 제공하고 구독료에 따라 서비스 범위를 차별화하고 있다.

리리와 N26는 프리랜서의 불안정한 소득 흐름을 고려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고객의 지출 금액이 계좌 내 잔액을 초과할 경우 당좌대월(overdraft) 상품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당좌대월은 지급 대금이 부족할 경우 은행이 부족 대금을 지급해 주고 다음에 보상받는 것을 뜻한다.

리리는 리리 '프로 계좌' 고객에 한해 이자나 수수료 없이 최대 200달러 한도로 당좌대월을 제공하고 다음달 급여세서 빌려준 금액을 차감한다.

N26는 최대 1만유로까지 당좌대월을 제공한다. 이자율은 연 9% 수준이다.

JP모간 체이스는 월 34달러 수준의 수수료로 당좌대월 상품을 제공하면서 재고 구매, 비상시 용도 등 자금이 필요한 경우 1~50만달러까지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 '간판만' 프리랜서 금융서비스

국내 프리랜서 규모와 성장세는 아직 미국 등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7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차이와 프리랜서를 위한 제도 등의 부재로 국내 프리랜서 시장이 해외 주요국 대비 더딘 성장세 혹은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취업 시장 불황과 업무의 비대면화 확산, 직업관 변화 등으로 최근 프래랜서 수가 증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3.6%인 380만명이 프리랜서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오는 2025년에는 경제활동 인구의15.9%인 449만명까지 프리랜서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최대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크몽'이 발표한 월간 프리랜서 서비스 등록 건수는 2019년 5월 2500건에서 지난해 5월 약 5000건으로 2배 증가했다. 이어 올 상반기에는 크몽을 통한 디자인, IT프로그램밍, 영상 편집, 마케팅 등 부문의 전문가 서비스 총거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성장했다.

이처럼 프리랜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주요 은행들의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4대 은행 중에는 하나은행만 프리랜서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 '머니수첩'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프리랜서, 소상공인에게 실시간 계좌 조회, 매출, 지출 내역 등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서비스 혁신을 기치로 내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조차도 프리랜서 대상 상품은 극히 소수로 실적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은행의 주요 고객군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프리랜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컨대 기존 은행 앱에 프리랜서 특화 금융서비스를 탑재한다거나 프리랜서 특화 플랫폼 구축, 기존 전문 플랫폼과 제휴 또는 인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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