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박정민 "아이 아빠 부성애 연기, 고민 많았다"[EN:인터뷰②]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박정민은 새진리회의 진실에 파고드는 방송국PD 배영재 역을 맡았다. '지옥' 3회 엔딩에 첫 등장해 4회에서 6회까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정민은 혼란에 빠진 세상과 새진리회에 대한 냉소적인 모습부터 가족과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까지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 연상호 감독이 '애비상'을 줘야 한다고 할만한 부성애 연기를 펼쳤다. 어떻게 고민하고 연기했나. 원진아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 결혼도 안했고 아기도 없고 친조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되려 그런 느낌이었다. 그 크기는 다르고 작겠지만 내가 우리 가족, 부모님과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접근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부모님께 이런 일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런 쪽으로 접근했다. 원진아씨와 호흡은 너무 좋았다. 평소에도 눈여겨 보고 있던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진아씨가 하는 연기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던 것 같다. 모니터에서 연 감독님과 진아씨 몰래 칭찬과 좋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 감독님이 박정민에 대해 계획 하에 연기하는 '기가정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동의하나 ▲ 사람이 이렇게 프레임이 씌워지는거다. 사실 그렇게 크게 계획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배우들이 순서대로 찍는게 아니라 어느 정도 계산은 필요하다. 그게 틀릴 때도 있고 그게 틀리면 다음 촬영 때 보완해야겠다, 어떻게 그 구멍을 메꿀 수 있을까 생각할거다. 내가 특별히 엄청나게 계획한건 아닌데 아마 감독님이 생각하신 배영재란 인물과 내가 생각한 배영재란 인물이 달라서 유독 감독님께서 지켜보신 건 있을거다.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연기하나' 지켜보신 건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기가정민'은 과찬이라 생각한다.
- 감독님과 배영재란 인물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의견이 달랐나 ▲ 감독님은 정말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기 원했던 것 같고 나는 그래도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해석이 달랐던 것 뿐이지 의견이 다른건 아니었다. 감독님께서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지옥' 촬영 전 다른 영화를 찍고 있어서 모든 배우들이 참석한 브리핑 시간에 못 갔다. 감독님께서 배영재는 어떤 인물이라는 말씀을 해주시는 걸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 갔는데 그걸 존중해주셨다. 감독님의 특징이고 장점인 것 같다. 배우의 선택을 믿어주신다. 요즘 매일 돌려보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정말 편하게 연기했구나.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했구나' 싶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은 감독님의 인내심이었다.
- 배영재PD는 새진리회에 불만과 의문이 많지만 현실에서는 새진리회가 의뢰한 홍보영상을 제작하며 살아간다. 이 괴리가 '짜증'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의 삶과 자신의 신념 내지는 소신 간 괴리를 품고 살아가는 인물상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것을 고려했나. 삶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 길거리에 동상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새진리회라는 단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와중이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언론인이고 위에서 시키니까 그들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거기서 오는 감정들은 보통은 짜증이지 않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나온 것 같다.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했던 연기에 그런 감정들이 묻어난 것 같다. 배영재라는 인물이 엄청나게 신념이 강하거나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라 해석하지는 않았다. 가끔은 나태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자기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던 사람이다. 새진리회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갑자기 가족에게 불행이 닥치면서 빨려들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보여줘야하지,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일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나는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일하려고 하는데 유혹들이 많다. 어디까지 양보해야하는가 고민은 하루에도 열두번 하는 것 같다.
- 아기 대신 영재와 소현이 죽음을 맞이한 결말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왔다. 신도 실수를 한다는 해석과 사랑이 신의 의도도 이겨낼 수 있다는 해석 등이 분분한데 ▲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지옥' 안에서 생겨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신의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갑자기 닥친 불가항력적인 재난인거지 신이 만들어낸, 신이 인간들을 벌하기 위한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재난이고 재앙이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연재해 같은 느낌이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폼페이 화산이 터졌을 때 서로 끌어안고 죽어간 연인들이 발견된게 화제였다. 그런 재난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그것이 기적을 만들어냈나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 마지막 장면에서 박정자가 부활한 만큼, 배영재와 송소현도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데 ▲ 시즌2는 나는 모른다. 감독님께 살짝 물어봤는데 배영재는 안 살아난다고 했다.
- 만약 실제 고지가 일어난다면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싶나 ▲ '아는 여자'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에 공감하는데 '몇개월 뒤에 죽는다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꼭 그때까지 살아야 하나요?' 라는 대사가 있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물론 영혼을 통해 또 죽인다고 하지만 굳이 그때까지 고통받으며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한다. 너무 비관적인가. 근데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 인상 깊었던 작품 해석에 관한 견해차나 해석차 혹은 논점이 있었나 ▲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운데 지옥의 사자들, 새진리회, 화살촉, 그 안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각자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입하며 보시는 것 같더라. 그런 해석들을 하시는 걸 보면서 많은 관점들이 있구나 했다. 근육덩어리 그 자체로만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게 어떤 걸 상징하고 있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걸 보면서 재밌었다.
(인터뷰③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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