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30년 이웃 서로 '으르렁'거리게 만든 '재초환', 어찌해야 하나?

조혜수 인턴기자 2021. 11. 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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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차 A아파트 주민들, '재초환 부담금' 때문에 '두 쪽'
'비대위 vs 조합', 날카로운 입장 차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재초환,부과 시점 개선해야"
[서울경제]

재건축은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히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도에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 단계 중 특히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단계는 추진위원회 구성이다. 추진위원회가 정비 사업자 선정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어 정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위원회와 위원회 반대파가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단계를 무사히 통과해도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 거쳐야 할 과정은 많다. 재건축으로 환골탈태를 꿈꾸는 단지들은 착공 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까지 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여기 약 10년 간의 사업 추진 끝에 관리처분인가 단계만을 남기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로 진통을 겪고 있는 아파트가 있으니 바로 영등포구의 A아파트다. 재건축 사업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글까지 올리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들이 재건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집슐랭 흥신소’에서 A아파트의 사연을 들여다본다.

38년 차 A아파트가 두 동강난 이유는 바로 ‘재초환 폭탄’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A아파트는 총 5개 동, 360세대로 이루어진 38년 차 아파트다.

최근 이 단지의 주민들은 재건축을 빨리 추진하자는 조합 측과 재건축을 미루자는 비대위 측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눠졌다고 한다. 오랜 기간 같은 단지에서 이웃으로 지내온 두 집단의 의견이 이렇게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무렵인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A아파트는 지난 2009년 9월 추진위원회 구성을 승인 받았다. 오랜 추진위 기간이 끝나고 2015년 7월 30일 정비구역지정이 고시됐고 마침내 2017년 조합 설립 인가를 거쳐 2019년 사업시행인가까지 완료됐다. 의견 충돌로 인한 갈등은 이 무렵 발생하기 시작했다. ‘소형 평형 아파트 추가’ 등 갈등엔 많은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2018년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발생한 억 소리 나는 부담금이었다.

조합원들 울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그게 뭐길래?

조합원들을 갈라서게 만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일명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인 경우 정부가 이익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다. 개발 이익을 환수하여 적정하게 배분하고 투기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2006년에 도입됐으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유예 됐다가 2018년에 다시 부활했다.

기존에는 대부분 시세 차익이 큰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가 억 대 부담금을 부과 받았지만 최근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영등포구의 A아파트까지 억 대 부담금 불똥을 맞게 됐다. 갑작스럽게 수억 원의 부담금 폭탄을 맞은 A아파트 조합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비대위 측은 “서민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재초환 부담금이 가구 당 평균 2억 4,000만원"이라며 “현금으로 2억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비대위 ‘잠깐 STOP’ vs 조합 ‘이대로 GO’···팽팽한 입장 차

비대위 측은 현재 2025년인 입주시기를 2030년으로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재초환 부담금 산정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현재 재초환 산정법에선 재건축준공인가일과 조합설립승인일을 기준일로 삼고 각각 기준일 간의 주택 가격 차액의 10~50%를 재초환 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일 간의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는 경우 새 아파트 준공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10년까지 시세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계산한다. 따라서 2009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A아파트는 역산하여 부담금을 책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2030년으로 준공 시점을 미루면 2020년에서 2030년까지의 주택 가격 차액이 지금(2015년~2025년)의 차액보다 감소할 테니 부담금도 줄어든다는 것이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지 하락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A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장은 “1,200억 규모의 공사인데 물가 상승 분을 3%만 잡아도 공사비가 1년에 36억 원이 든다”며 더 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건축조합연대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재초환 제도 개선에 누구보다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9월 공식 출범한 재건축조합연대는 정부를 상대로 재초환의 폐지 혹은 유예를 주장하며 연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두 입장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자체인 영등포구청의 입장을 들어봤다. 영등포구청 관계자 측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 방향이라 관여할 수 없다”며 “갈등을 잠재울 방법이 없으니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 안정’ 취지는 좋으나···'개선 필요’

재초환의 부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건축 사업장은 A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작년 9월 서초구의 B아파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인 4억 200만 원(가구 당)을 통보 받았고 올해 9월엔 수원의 C아파트가 가구 당 2억 9,560만원을 통보 받아 화제가 됐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서 재초환 폭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초환 제도를 통해 개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주택 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도모한다는 ‘목적’은 좋지만 재산권 피해, 조합원 간 갈등 등을 발생 시킨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현재 보유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국가가 세금 납부를 요구하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제도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건축 부담 시점의 기준이 준공인가일이면 경제력이 부족한 조합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과 시점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혜수 인턴기자 sue86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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