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맞짱 뜨던 아이리버 CEO, 디지털 공유주방을 택한 이유

류준영 기자 2021. 11. 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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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 "디지털 플랫폼으로 외식산업 미래 바꿀 것"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200조원, 국내 식품·외식산업 규모다. '이 시장은 과연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나'라는 물음이 던져진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음식점 총량제'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게 외식업이지만, 창업 10년 후 남는 곳은 1~2곳뿐. 통계청,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만명당 외식업체 수가 미국의 6배다.

이렇게 과당경쟁이 심화하면서 창업 10년 후 생존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뜩이나 힘든데 최근 코로나19(COVID-19)까지 덮치니 여기저기서 '죽을 맛이다'라는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러니 총량제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는 게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의 얘기다. 그는 "사실 저도 (음식점 총량제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는데, 그 심각성을 그분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레인콤 그룹 총괄 CEO 시절 애플과 맞짱 뜨겠다며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의 해외진출을 공격적으로 전개했던 김 대표가 골목상권을 ICT(정보통신기술)로 살려보겠다며 '디지털 백종원'이 돼 돌아왔다. O2O(온·오프라인 융합) 기술 기반의 디지털 공유주방인 '먼키'라는 브랜드를 들고 말이다.

그는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가는 철학적 논리라 함부로 말하긴 어렵지만, 확률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을 누구나 하게 만드는 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물게 하는 짓"이라며 "영세 자영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사회보장제도만으로는 이들을 구제하기 역부족이란 문제의식에서 외식 분야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들면 참여자들도 이익을 볼 것"이라며 먼슬리키친이 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약력이 눈에 띈다.
▶첫 직장은 옥션(現 이베이코리아, 2000년)이었다. 글로벌컨설팅기업의 전략컨설턴트를 거쳐 레인콤 그룹의 총괄 CEO(최고경영자)로 일했다. 청와대 대통령 경제정책 자문위원으로도 일한 적 있다.

-지금 사업과 이전 사업과는 결이 다른데.
▶메뉴를 잘 개발하고, 현장에서 서비스하는 순수한 외식업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전적으로 ICT의 관점에서 외식이란 콘텐츠를 만들 분들이 어떻게 와이즈(Wise)하게 일하게 만들 것인가를 본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온라인 커머스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입장에서 보면 외식산업은 여전히 올드하다. 왜 이렇게 인텔리전트(intelligent·지능화)화가 더디지? 이런 고민이 있었다. 실패율이 높은 외식업의 가장 큰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뭘까. 자영업자의 엄청난 시설투자비 부담과 디지털 인프라의 미비였다. 디지털로 외식 플랫폼을 만들면 외식 산업 전반의 자본 리스크와 낮은 효율성을 개선하는 사회적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외식산업의 디지털화? 확 와 닿지 않는다.
▶외식업자들은 퇴근할 때 그날 매출이 얼마나 발생한 지 모른다. 물론 배달의 민족, 쿠팡, 요기요 시스템 들어가 일일이 확인하고 포스단말기 열어 또 확인하고, 그런 다음 더하면 힘들게는 알 수 있다. 재고가 몇 퍼센트인지, 한 달에 이익이 얼마나 남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온라인쇼핑몰에선 아기 기저귀 파는 데 불용화된 재고가 얼마지 하면 1.2%라고 바로 나온다. 옥션에서 1990년대에 했던 일이 30년이 지난 지금 외식업에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거다. 이런 것을 디지털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거다.

먼키 강남점/사진=먼슬리키친


-사실 요즘 공유주방이 많이 생겼다.
▶이런 비즈니스는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경영의 복잡도가 높다. 외식업, 부동산업, 온라인마케팅, IT솔루션 등 많은 산업분야가 얽혀 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10~20년 된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문법 자체가 달라 소통에 애를 먹는다. 이것을 매니지먼트((management) 하는 역량은 쉽게 카피하기 힘들다.

-'먼키'(MONki)라는 브랜드를 O2O 맛집편집플랫폼이라고 소개하셨는 데, 간단히 뭔가.
▶네이버가 소상공인들을 위해 '스마트스토어'를 제공해 오프라인에 계신 분들을 온라인으로 끌어올렸듯, 우리도 식당을 스마트식당을 만드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라면 이해하기 쉬울거다.

먼키 분당휴맥스점/사진=먼슬리키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일단 AI(인공지능) 기반 수요예측서비스가 있다. 이곳 강남점에도 적용됐다. 보통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조리를 하는 게 일반적인 프로세서다. 그러면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만약 오늘 내일의 주문량을 미리 안다면 준비를 충분히 해서 더 많이 팔 수 있다. 수요예측서비스의 정확도는 90~95% 사이다. 예컨대 145만원이 실질매출이라면 AI 예측은 148만원 정도로 근사하게 맞춘다.

만약 새로운 매장이 개설됐다면 과거 데이터가 없을 것이다. 이때는 AI가 전이학습을 통해 알려준다. 새 매장 메뉴와 패턴이 비슷한 수천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알려주는 식이다. 공유주방 임대는 물론 배달의 민족처럼 배달주문 앱(애플리케이션)과 식권대장 같은 기업고객 주문 앱, 홀 예약 등이 가능한 '먼키앱'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개인 식사 정기구독서비스 '먼키 식구', 디지털 단체급식 및 케이터링 등 다양하다. KT, 현대로보틱스와 로봇 조리·서빙 등 외식 자동화 사업도 준비 중이다.

-AI 기반 수요예측서비스는 응용처가 많겠다.
▶내년 여름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다이나믹 프라이싱'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판매량과 공급량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의 가격을 탄력적으로 바꾸는 제도다. 12시 피크타임에 1만원 받던 메뉴가 13시가 되면 8000원, 15시가 넘으면 6000원을 받는 식이다. 손님을 분산시키고, 식당도 알바를 더 쓰거나 시설을 확장할 필요가 없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수익구조는 어떤가
▶일반적인 공유주방은 임대료 수익이 다지만 우리는 임대료 수익 외에 홀매출 수수료, 정기구독 수수료 등이 발생한다. 수요예측서비스는 현재 무료로 제공하지만 이것에 대한 효용성이 검증되면 사스(SaaS,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델로 비즈니스화할 계획이다.

한 직장인이 먼키 앱을 이용해 점심식사 예약주문을 하는 모습/사진=먼슬리키친


-배민·요기요·쿠팡 등으로 인해 수수료 부담감이 커진 소상공인 불만이 적지 않다.
▶중요한 포인트다. 플랫폼 사업자가 잘못하게 되면 사악한 포지션을 갖게 된다. 현재 우리가 책정한 수수료를 보면 홀 매출 수수료의 경우 5~10%이다. 타사 배달수수료는 25~28% 정도다. 만약 여기를 나가 장사를 한다고 치자, 홀서빙하는 알바 둬야 하고 식기세척하는 분도 따로 둬야 한다. 우리는 홀 매니저가 다 처리하고, 식기세척 등 주방에 대부분 일을 기계가 다 해준다. 이렇게 매달 빠지는 고정비를 세이브 한다고 치면 수수료 5~10%는 큰 부담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수수료를 책정할 때 푸드메이커들이 한 달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 본다. 식당 주인이 많이 벌어가야 플랫폼도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일으키려는 변화는.
▶우리 회사 정책 슬로건이 "외식업도 직장인처럼 하게 해주자"이다. 직장인은 6시 퇴근하고 주 5일 근무한다. 외식업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보통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먼키 분당휴맥스점에 한 식당 여사님은 오후 6시면 퇴근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건 최대 매출에 최대 이익이 아니다. 적정 매출에 적정 수익이다. 분당 여사님은 한 달에 약 500만 원 내외의 수익을 꾸준히 가져가고 있다.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 일과 삶에 균형이 무너지는 게 싫다고 하셨다. 식당 주인들이 두려워하는 건 내일 오늘만큼 벌지 못하는 거다. 이게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거, 그게 먼키 플랫폼이 있는 이유다. 이 속에서 오후 6시에 퇴근하고 휴일이 있는 삶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사회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기업 단체급식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리 전체 모델 중 MVP 모델인 건 맞다. 정부가 대기업이 그룹 내 산업을 못하게 막으면서 대기업만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기업 사내 점심을 소상공인들이 맡아 할 수 있게 됐다.

-각 영역 별 전산화로 식품 분야 데이터를 모으는 데 최적화된 모델같다. 구상 중인 백엔드 단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
▶전체 밸류체인의 디지털화를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이 분야에 일주일치 판매량을 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떠오르는 건 식자재 자동발주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식자재 시장은 55조원 규모다. 실제로 식자재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풀필먼트(물류통합관리) 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나.
▶우리가 거기까지 직접 들어갈지, 풀필먼트를 잘하는 전략적 사업자와 제휴를 맺을 것인가를 검토 중이다.

-내년 목표는.
▶먼키 역삼점, 논현점, 강남점, 영등포빅마켓점, 분당휴맥스점, 판교아브뉴프랑점, 구로디지털단지점을 개설하고, 12월엔 문정법조타운점, 시청역점 등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올해 먼키 9호점까지 개설했다. 내년 목표는 서울 및 수도권 등에 20호점 오픈이다. 내년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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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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