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진심이 닿다 [인터뷰]
[스포츠경향]
누군가에게 신뢰를 쌓는다는 건 어렵다. 특히 직업적 전문성을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인격에 대한 믿음을 얻어낸다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배우 김현주는 차근차근 해내고 있다.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함께한 연상호 감독도 보증했다. 그 비결은 ‘진심’이었다.
“연상호 감독이 그렇게 말해준 것에 감사해요. 배우 김현주가 아닌 인간 김현주로서도 내가 잘 살아가고 있나에 대해 늘 고민을 하는데요. 어찌보면 그것에 대한 답을 연 감독이 준 것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김현주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외모 뿐만 아니라 눈동자 안에 담긴 마음과 한마디 한마디 정갈하게 목소리를 내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내면의 아름다움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덕목은 무엇일까.
“제가 처한 환경, 그리고 수년에 걸쳐 인생과 일에 대한 균형을 맞춰놓은 지금 이 순간이 만족스럽고 좋아요. 그래서 지금처럼만 살 수 있도록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에너지, 열정, 그리고 겸손, 사랑, 나만의 작은 신념들을 건강하고 젋게 유지하며 살고 싶습니다.”
■“‘지옥’으로 세계적 인기? 전 그래도 똑같아요”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된 이후 전세계의 열광 속에서 일주일 넘게 넷플릭스 TV 쇼 부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극 중 민혜진 변호사로 나와 ‘지옥’의 중심에 선 김현주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것 아니냐는 말에 쑥쓰러운 듯 슬쩍 미소지었다.
“월드스타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지옥’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직접 체감하기엔 이르고요. 그런다 한들 배우로서 태도나 앞으로 행보에 크게 영향받을 거란 생각도 안 들어요. 작품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똑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결정하며 임하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은 데뷔 25년차인 그에겐 자극제였을 정도로 수많은 배우와 교감했다.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등 젊은 배우들과 협업은 특히나 많은 생각을 하게한 경험이었다.
“경력만 많았지, 영화 촬영 현장처럼 진행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능숙하게 움직이는 후배들을 보면서 ‘내 시간이 멈춰있었구나’란 걸 실감했죠. 하나같이 배울 게 많은 배우들이었어요. 각자 위치에서 자신만의 힘을 뿜어내는 게 쉬운 건 아닌데, 하나같이 다 잘 해내는 그들을 보니 내심 자랑스럽고 뿌듯하더라고요. ‘너네 너무 좋아’라고 고백 아닌 고백까지 했을 정도로요.”
김신록은 그 중 더 큰 가르침을 준 동료였다.
“2004년 드라마 ‘토지’에서 한 번 만난 적 있었어요. 그땐 저도 어려서 상대 연기를 볼만한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난 김신록은 진지하면서도 힘있더라고요. 그걸 모조리 느낄 수 있었어요. 배우로서 저도 충격이었고, 앞으로 내가 더 공부하며 노력해야겠다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준 배우기도 하죠.”
■“어쩌면 난 비겁할 수도”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가 연기한 ‘민혜진’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위해 목숨도 거는 변호사다. 그에게도 신념에 맞선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굳이 따지자면 정의롭다기 보단 비겁한 쪽에 가까울 지도 몰라요. 신념이란 건 내부 환경의 자극에 자신의 사고방식을 견지하는 건데, 전 그렇게 맞서 싸운 경험이 없거든요. 오히려 나와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나서서 싸우길 조용히 바라는 유형이더라고요. 그래서 ‘민혜진’을 표현하는 데에 더 신중했고, 그런 점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비겁’이란 단어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오히려 용기있는 화법에 ‘김현주’ 이름 석자가 달라보였다. ‘인간 김현주’가 업계에서 신뢰를 받는 이유를 잠시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지옥’에서 강조한 ‘인간답게 사는 법’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저도 사실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걸까요. 자신만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인간다움일까요? 다만 전 남의 아픔을 보고 함께 느낄 수 있는 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면이 아닐까 생각은 해봤어요.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 같은 거겠죠.”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만약 실제로 지옥행 고지를 받는다면?’이란 질문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예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경험을 하면서 ‘그 시점을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 잘했을 텐데’라고 후회한 적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겪어보니 그걸 안다고 더 잘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지옥’처럼 혼란만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만약 제가 고지를 받는다면 후회없이 살고, 또 저에 대한 미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사과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사과할 것 같아요. 그렇게 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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