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격 대비".. 美, 한국에 공격헬기·포병본부 상시 주둔
미 국방부가 중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과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그동안 순환 배치해 온 공격용 헬리콥터 대대와 포병대 본부를 한국에 상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미 국방부는 29일(현지 시각) ‘2021년도 해외 주둔 재배치 검토(Global Posture Review·이하 GPR)’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도 변함 없이 유지된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다만 주한미군이 현재의 2만8500명 이상으로 늘어날지에 대해 미 국방부는 언급을 삼갔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그곳(한국)에서의 임무와 수요는 계속 다할 것이다. 오늘 발표할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일단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검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잠재적 중국의 군사 공격과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이니셔티브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추가 협력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미국·영국과의 3국 동맹 ‘오커스’를 창설한 호주와의 협력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호주 및 태평양 제도에 있는 인프라를 강화하고, 호주에 모든 종류의 미 군용기를 순환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호주와 미국은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끝에 최강 전투기 F-22 랩터, F-35 스텔스기, B-2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폭격기 등 모든 미군 전투기를 호주에 순환배치해 보기로 합의했다.
미 국방부는 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그간 순환 배치돼 있던 공격용 헬리콥터 대대와 포병대 본부를 한국에 상시 주둔시키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 육군은 지난 9월 미 본토 워싱턴주의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에 있던 제2보병사단의 포병대 본부를 경기도 평택시 험프리스 기지로 이미 재배치 완료한 상태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때 활약했던 제2보병사단 포병대 본부는 1965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에 상시 주둔하고 있다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군 병력이 재편되면서 2006년 일시 해산됐다. 2014년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에서 재편성됐다가, 2006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배치된 것이다. 포병대 본부 병력 자체는 100명 정도로 소규모지만 중국을 염두에 둔 작전을 한반도에서 직접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실전에서 통할 만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중동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따라 진화하는 대테러 수요와 이란에 대한 접근법을 평가”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 외에 세부적인 재배치 검토 내용은 기밀에 부쳐졌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언론에 “적들이 유리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병력 배치의 즉각적 변화에 대한 세부 사항은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공개하기 전에 동맹 및 파트너들과 병력 배치 변화에 대해 상의할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 당국자는 “필요한 논의를 하기 전에 이런 사안을 공개적으로 다루면 양자 간 논의의 비밀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우리 관계의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또 “(인도·태평양은) 주요 전구(戰區)”라며 “GPR의 지침은 인도·태평양에서의 전투 태세 개선을 가능하게 하고 활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른 전구 병력을 감축함으로써 중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전력 강화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것이 주한미군에 어떤 영향을 줄지 큰 그림에는 여전히 불투명한 부분이 남아 있다. 미국 ‘에어포스 타임스’는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최근 몇 년간 많은 병력이 있는 일본과 한국 같은 ‘고정된 장소의 고정된 기지’에 집중하기보다 좀 더 남쪽과 서쪽으로 펼쳐서 병력을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탐색해 보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병력 배치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초 하와이에서 미국의 일부 기자들을 만난 인도·태평양 사령부 관계자는 중국을 가까이에서 억지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정된 기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남태평양 전체를 살펴볼 기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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