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체이탈자' 박용우 "착하고 젠틀한 이미지 고민 많았다"
"윤계상 뜨거운 배우, 감동했다"
배우 박용우(50)가 이번엔 강렬한 빌런으로 돌아왔다.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에서 국가 정보요원 박실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윤계상)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박용우는 “요즘에 영화든 드라마든 결정을 할 때 설레는 느낌을 받으며 한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처음에는 되게 어려웠다. 그런데 어렵다고 해서 덮어버리는 게 아니라 궁금한 점이 많이 생기더라.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을 직접 만나 뵙는데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다. 그때부터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 영화에 대한 확신이 그때 들었던 것 같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박실장은 강이안을 쫓는 빌런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박용우는 박실장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참고한 작품은 없지만, 윤재근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감독님을 만나서 화면을 나오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상의했다. 영화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감독님은 알고 있으시더라. 박건우라는 이름이더라. 이름도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며 “캐릭터를 만들 때 뼈대가 된 건 피해의식이 많은 사람이라고 봤다. 애써 그걸 숨기려고 하는데 봇물 터지듯이 감정이 터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본적인 정서에서 출발해서 여러 디테일은 현장에서 만들었다. 대사라든지 액션이라든지, 제가 볼 때는 박실장의 중후반 액션과 감정은 50% 애드리브였다.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박용우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속 최민식의 대사를 오마주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만 갖고 그래’라는 느낌의 대사인데, 그 장면에서 복합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더라. 모든 사람이 다 자기만 피해자인 것 같고 자기만 고생을 하는 것 같고 자기만 억울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각자의 삶에서 힘들고 갈등이 많고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우린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거꾸로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그런 시련을 겪고 있고 억울한 마음을 가진 채 살아가고있는데 어쩌면 그게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 감정을 해소하고 성장하고 반대급부의 행복을 얻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그는 최근 빌런 캐릭터에 흥미를 느낀다며 “빌런 캐릭터는 밝은 감정보다는 어두운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제 개인적인 가치관에 대입시켜보면 밝은 건 사랑에 대한 거고, 어두운 건 두려움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과 두려움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을 경험하고 성장하고 나누기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위해서 두려움이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봤을 때 두려움은 사랑을 따라다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영화 ‘배트맨’ 시리즈 중에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라는 캐릭터가 마지막 장면에서 배트맨에게 너와 나는 하나고, 너와 나는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을 하는데 공감했다. 빌런이란 캐릭터는 인간의 연약함을 표현할 수 있는 특화된 캐릭터라고 본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1인 7역 미러 연기로 ‘유체이탈자’를 이끌어나간 윤계상과 호흡은 어땠을까.
박용우는 윤계상에 대해 “첫 만남부터 인상적이었다. 같이 시작한 게 아니라 다른 드라마를 하고 있어서 한달 반에서 두 달 정도 늦게 합류했다. 그전에 ‘유체이탈자’ 팀이 모여서 리딩도 하고 연습도 했는데 그 과정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가 합류했을 때는 사전에 연습 기간이 끝났을 때다. 현장은 윤계상이 만들어놓은 분위기에 의해서 굉장히 치열하고 따뜻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누구나 그런 현장을 꿈꿀 거다. 그런 분위기가 끝까지 갔고 윤계상에게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해서 “너무나도 뜨겁게 연기하는 배우더라. 너무나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북받치는 감정이 들었다. 감동적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참 멋있는 직업이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오해받을 때도 많고 때로는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고 이런 일을 왜 했나 후회할 때도 많다. 그런데 정말 가끔 감동적이고 행복할 때가 있다. 윤계상 배우를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배우의 모습이 이런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계상 배우가 그런 감정을 일깨워줘서 참 고마웠다”고 부연했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어느새 27년 차 배우가 됐다. 베테랑 연기자지만 착하고 젠틀한 이미지 탓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민이 많았단다.
그는 “왜 나는 젠틀하게 생겼지, 부드럽게 착하게 생겼지. 불만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 전에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영화를 했는데, 배우는 영화든 드라마든 크게 사랑받게 되면 그 캐릭터에 연결이 돼서 배우 당사자도 그 캐릭터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달콤, 살벌한 연인’이 사랑받은 건 좋은데,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게 숙명이지 않나. 거의 비슷한 류의 배역만이 들어와서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제가 착각을 했던 거다. 제가 마냥 착하고 성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선과 악이 있다. 그것이 상황과 환경, 형편에 따라서 또 자기가 지닌 가치관에 따라서 어떻게 표현되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가치관의 전환이 생긴 이후에는 제가 어떤 배역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여전히 연기가 좋다는 박용우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을 즐기면서, 설레면서 하고 싶다. 저는 연기가 너무 좋다. 감히 현장에서 연기할 때가 행복하다. 이런 감정을 위해서 지난 10년을 연기를 싫어하고 포기하려고 하고 스스로 자기를 가두기도 하고 오해도 많이 했구나 싶기도 하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모든 오해가 풀리고 모든 고통과 아픔이 연기자로 성장하게 해줬고 지금 이런 즐거움을 누리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다. 이 설렘과 행복이 있는 이상 저는 평생 연기할 거다. 설레하면서 연기할거다. 믿어주셔도 좋다.(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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