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는 잡으면서 대출금리는 '나몰라라'

박슬기 기자 2021. 11. 3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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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혹한기 맞은 카드사의 복잡한 속사정②-1] 금융당국 이중잣대 논란.. DSR 규제에 카드론 금리 더 오를 듯

[편집자주]올해도 어김없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즌이 돌아왔다. 빠르면 이달 말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카드사는 비용 등을 감안할때 더 이상 낮출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일 치솟는 대출금리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카드 수수료율에는 적극 개입하는 금융당국의 모습에 이중잣대 지적도 제기된다. 카드 수수료로 더 이상 돈벌기 힘들어진 카드사는 카드론 금리를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 가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없다면서 대출금리 상승에는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카드 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 작업을 거치며 직접 손질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을 향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온다./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1) 반복되는 과거에 멍드는 카드사·소비자

(1-2) 카드수수료 법안, 어떤 것들이 있나

(2-1) 카드 수수료는 잡으면서 대출금리는 ‘나몰라라’

(2-2) 수익성 악화 직면한 카드사, 돌파구는


“정부가 시장가격인 (대출) 금리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세부적인 부분을 협의하고 있고 연말까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금융당국이 연일 치솟는 대출금리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두고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리 급등과 관련해선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카드수수료율의 경우는 3년마다 재산정 작업을 거쳐 직접 손질하고 있다.

시장 가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없다면서도 카드 수수료율에는 적극 개입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금융당국을 향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온다.


카드 수수료까지 정해주는 금융당국


금융권에선 “한국카드공사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카드사들은 2007년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4.5%였던 카드 수수료율을 현재 1.97~2.04% 수준으로 낮췄다.
금융당국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2012년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꼽고 있다. 

여전법에 따르면 3년마다 ‘원가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 작업’을 거쳐 이듬해 변경된 수수료율이 반영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 수수료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어 대출금리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사실상 모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해주며 직접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리, 수수료 등 시장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수료율과 금리 모두 시장가격인데 법의 유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개입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관련 법규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해당 법규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에 카드대출 금리도 올랐다


이처럼 당국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통제하면서도 대출금리 급등에는 손놓고 있으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졌다.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카드사 7곳의 지난 10월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금리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말 대비 오른 곳은 4곳에 이른다. 특히 우리카드는 연 11.61%에서 연 14.43%로 10개월만에 무려 2.82%포인트나 뛰었다.

롯데카드는 0.84%포인트 오른 연 14.73%에 달해 7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금리수준을 보였다. 국민카드는 연 13.81%, 현대카드는 연 13.13%로 각각 0.59%포인트, 0.28%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12월말과 비교하면 소폭 떨어졌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 8월 말과 비교하면 각각 0.59%포인트, 0.13%포인트 오른 연 13.13%, 연 13.73%로 집계됐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 상승세도 뚜렷하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신한카드에서 받은 카드론 평균금리는 지난 8월말 7.67%에서 10월말 9.14%로 1.4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1.45%포인트 오른 10.30%를 기록했다.

카드론 금리가 오르는 데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의 상승 영향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했던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등은 조정(우대)금리를 ‘제로(0)’로 낮춘 상황이다.



최고금리 인하로 이자부담 낮춰준다더니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법정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4%포인트 내리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카드론 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법정최고금리 인하 혜택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로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드론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2조1629억원으로 전년동기(2조309억원)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이용액은 28조9000억원으로 13.8% 늘어 규모가 커진 이유도 있지만 카드론 금리 인상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DSR을 산정할 때 카드론 잔액도 포함되는데다 카드사의 DSR 기준도 60%에서 50%로 낮아지는 만큼 카드론의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카드사의 카드론 취급액이 20~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카드사는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부담은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는 인하되고 내년부터 카드론도 규제를 적용 받는 등 쌍끌이 규제로 카드사는 사실상 카드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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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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