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반복되는 과거에 멍드는 카드사·소비자
[편집자주]올해도 어김없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즌이 돌아왔다. 빠르면 이달 말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카드사는 비용 등을 감안할때 더 이상 낮출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일 치솟는 대출금리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카드 수수료율에는 적극 개입하는 금융당국의 모습에 이중잣대 지적도 제기된다. 카드 수수료로 더 이상 돈벌기 힘들어진 카드사는 카드론 금리를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사 게재 순서
(1-1) 반복되는 과거에 멍드는 카드사·소비자
(1-2) 뜨거운 카드수수료 법안, 어떤 것들이 있나
(2-1) 카드 수수료는 잡으면서 대출금리는 ‘나몰라라’
(2-2) 수익성 악화 직면한 카드사, 돌파구는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 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수료 인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선 지난 12년간 13번째에 이어 이번에도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아 인하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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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마케팅비용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결제 원가를 말한다. 각종 지표로 적격비용을 따져 수수수료를 내릴 지 결정하는 것이다. 적격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수수료율을 낮출 여력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재산정 결과가 11월 말쯤 발표된 것을 보면 올해도 비슷하게 혹은 늦어도 12월 안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업계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를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제도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의견이 있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청취해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연이어 13번 인하됐다. 내리막길 끝에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가맹점은 1.3%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4%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은 1.6%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카드 노조는 최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카드 노조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인력 감축, 투자 중단, 내부 비용통제를 통해 허리띠를 졸라 매면 이 같은 노력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돼 수수료율 인하의 근거로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금융권은 올해 역시 인하를 점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수수료율을 낮춰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월 전국 소상공인 6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소상공인의 85.4%는 현행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카드사들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순이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463억원) 대비 23.1%(3801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엔 1조494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181억원) 대비 33.7%(3763억원) 늘었다. 정부는 그동안 카드사의 실적개선을 근거로 수수료율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마른 수건을 쥐어짠 결과라고 토로한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매년 줄고 있고 본업인 카드수수료 부문 수익이 아닌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 부업으로 실적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수수료율이 0.1% 인하될 경우 내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은 52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의 실적이 증가한 이유론 코로나19 영향으로 카드론 등 대출 수요가 늘었고 카드사 자체적으로 마케팅비용을 아끼고 디지털화에 나서는 등 자구노력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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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는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상공인의 실질 카드 수수료 부담은 사실상 '제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수수료율 인하로 소상공인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적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며 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될 경우엔 오히려 소상공인, 소비자, 카드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2018년 308개였던 카드사 영업점포를 지난해 180개만을 남기고 정리했으며 과거 10만명에 달하던 카드모집인은 올해 850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카드사가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면서 '알짜 카드'도 모습을 감추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전라도 광주에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한 소상공인은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무상으로 받던 영수증 출력 종이 등이 유료화됐다고 토로했다.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가 VAN사에 주던 수수료를 줄이게 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무료로 받던 서비스들이 유료화됐다는 설명이다.
카드 노조는 추가 인하가 확정될 경우 신용카드 결제를 중단하는 '결제 셧다운' 수준의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캐시백, 이벤트 등을 제공해 소비를 유도하고 소비자는 카드를 써 가맹점까지 이득을 보게 하는 네트워크 방식을 통해 서로가 '윈윈'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지만 카드사의 지속된 수수료율 인하로 혜택이 줄면서 이 같은 구조가 어려워졌다"며 "카드사와 소상공인, 여기에 소비자 또한 연결됐다는 점을 고려해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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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을 수렴하되 법에 근거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카드업계 수익 악화 등을 고려해 더 수수료율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돌하다 보니 결국 적격비용에 근거해 수수료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으로 수수료율이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대통령 후보들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내세웠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엔 '카드 수수료 0원'이 공약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수료율을 내리고 우대 가맹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카드 노조는 "실효성 없는 정치 놀음의 희생양이 돼 생존권 사수를 위해 카드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카드산업이 더 이상 표심을 얻기 위한 각종 선거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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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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