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내년도 기후환경요금 곧 책정.. 전기요금 또 오르나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내년에 적용될 기후환경요금을 조만간 책정할 예정이다. 기후환경요금은 한전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가 공격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예고한 만큼 기후환경요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담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3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전은 내년 기후환경요금을 이르면 12월중, 늦어도 내년초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규정상 기후환경요금의 결정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 취지상 연말마다 책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환경요금은 전기요금 항목 중 하나로,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한전이 지출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이행 비용과 탄소배출권(ETS) 이행 비용, 석탄발전 감축비용 등 세 가지를 더하면 전체 기후환경비용이 된다. 올해 실제로 투입된 비용을 추계해 내년에 회수하는 구조로, 전체 비용을 내년도 예상 전력판매량으로 나눠 각 소비자에게 부과한다. 지난해까지는 또다른 전기요금 항목인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소비자들이 잘 몰랐지만, 올해부터는 별도 항목으로 구분돼 소비자에게 청구되고 있다.
기후환경비용 상승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기후환경요금은 키로와트시(kWh)당 RPS 비용 4.5원, ETS 비용 0.5원, 석탄발전 감축비용 0.3원 등 총 5.3원이었다. 이는 전체 전기요금의 4.9% 수준이다. 주택용 전력을 월평균 350㎾h씩 쓰는 4인 가구는 매달 1850원, 산업·일반용 전력을 월평균 9.2메가와트시(㎿h)씩 사용하는 업체는 매달 4만8000원가량의 기후환경요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후환경요금이 올라가면 소비자가 내는 전체 전기요금도 올라가는 것이다.
발전업계는 내년 기후환경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기후환경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RPS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한전 발전자회사 등 22개 발전소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는 제도다. 이들 회사는 RPS 비율을 채우기 위해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증명서인 REC를 구매하는데, 이게 RPS 비용이다. RPS 비율은 올해 9.0%에서 내년 12.5%, 2026년 25.0%까지 급상승할 예정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의 RPS 비용은 상반기 기준 1조67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RPS 비용(2조2470억원)의 75%를 반년 만에 써버린 것이다. 한전의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올해 RPS 비용이 2조60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비용보다 3600억원가량 많다. 여기에 올해 ETS 비용 전망치 4148억원과 지난해 1436억원을 기록한 석탄발전 감축비용 등을 합하면 전체 기후환경비용은 3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한전 역시 기후환경요금의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후환경요금은 RPS 비용, 탄소배출권 거래 비용, 석탄 발전 감축 보상 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RPS 비율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인상 요인이 있다면 국민께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기후환경요금 인상이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의미인 만큼, 소비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몇몇 나라는 기존 전기요금에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따른 추가 금액을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그린 프라이싱(Green Pricing·녹색요금)’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금의 기후환경요금은 정책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법을 교묘하게 비튼 것인만큼, 자발성에 기초해 요금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오름세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후환경요금의 인상 역시 최소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후환경요금은 한전이 먼저 산정하면 산업부·기획재정부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책정된다. 지난 9월 4분기 전기요금을 조정할 때에도 실제 연료비 오름폭을 고려하면 kWh당 13.8원이 올랐어야 했지만, 정부는 3.0원만 인상했다. 정부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분기별 인상폭을 3원으로 제한해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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