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출잔액만 2.3조원'..정부가 고가전세까지 지원해야 하나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8개 국내은행 전세대출 잔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전세가격 9억원을 넘는 전세대출은 2조3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세가격 9억~12억원 미만의 대출 잔액이 1조566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12억~15억원 미만은 5412억원, 15억원 초과도 2485억원에 달했다. 전세가격 수준에 따른 전세대출 잔액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개 은행의 전세대출 총 잔액은 155조7358억원이다. 이 가운데 빌라, 다세대주택 위주의 전세가격 3억원 미만 저가전세 대출잔액은 95조4640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61.29%)을 차지했다. 이어 3억~6억원 미만이 48조4398억원으로 전체의 31.10%였다. 중간 가격대에 해당하는 6억~9억원 미만은 9조4460억원이었다.
전세대출은 은행들이 취급하고는 있지만 사실 정부가 지원하는 성격의 대출이다. 주담대처럼 담보물이 없는 신용대출이라 누군가 별도의 보증을 해 주지 않는다면 금리가 크게 올라가거나 아예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SGI서울보증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등 3곳의 보증기관이 전세보증을 해 왔다. HUG와 주금공은 공공기관이고 서울보증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대주주인 곳이다.
전세가격 6억~9억원 미만 금리는 연 2.67%로 그보다 비싼 12억~15억원 미만의 연 2.65%보다 높은 역전현상도 벌어졌다. 비싼 고가전세에 살고 있지만 실제 부담하는 대출금리가 저가전세보다 낮을 뿐 아니라 같은 가격의 집을 담보로 한 주담대 금리보다 많게는 1%포인트 가량 낮은 일도 발생했다. 실제 9월말 잔액기준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2.66%, 신용대출 연 3.41%, 집단대출 연 2.91%로 전세대출이 가장 낮은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 금리가 과도하게 낮아 부동산 시장에서 '과수요'를 유발하고 있다"며 "갭투자를 유발하거나 주식투자 등 다른 용도로 유용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가계부채 급증 요인에다 부동산 시장에서 갭투자를 유발하는 전세대출 문제가 집중 거론되자 최근 금융위원회가 고가전세에 대해 일부 전세보증을 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고액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서울보증보험이 중심이 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고가 전세 주택 기준은 9억 원보다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가격이 9억, 혹은 15억원이 넘는 전세계약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을 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세보증 기준을 지금보다 낮춰 청년이나 저소득층 지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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