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수탈의 정석
이 글에서 언급하거나 묘사한 모든 것은 허구다. 실제처럼 보여도 우연일 뿐이다. 집이 없는데 "공급이 충분하다"며 집을 짓지 않은 어느 가상의 나라 일이다. 제 발이 저려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가 없다.
수탈공식은 이렇다. 먼저 소수를 겨냥해 세금을 물린다. 다수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안심시킨다. 지지율이 오르고 표도 얻는다. 점차 범위를 확대한다. 51%만 우리 편이면 되니 49%는 적으로 돌린다. "우리는 옳고 그들은 그르다"고 주문을 외운다. 부자들에게 걷어 온갖 지원금을 뿌린다. 대중은 받는 것에 익숙해진다. '맛 들면 중독'이고 '정 들면 지옥'이다.
사례를 보자. 이 나라는 내전 중이다. '투기세력과의 전쟁.' 명분은 거룩하다. '집을 사거나 갖고 있으면 적폐'다. 집을 사면 취득세를, 갖고 있으면 보유세를, 팔면 양도소득세를 때린다. 최초엔 법인이 타깃이었다. 종합부동산세 공제를 없애고 양도세 중과세율을 높였다. 다음은 다주택자였다.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등을 한꺼번에 인상했다. 한 줌도 안 되는 투기세력을 처단해 집값이 안정됐다고 선전선동한다.
수십 번 칼을 휘둘렀지만 집값은 폭등 일변도다. 표적을 1주택자로 옮긴다. 다주택자 갭투기 대신 1주택자 갭투기로 프레임을 갈아낀다. 초고가주택 장기특별공제를 줄이기로 한다. 패닉에 빠진 무주택자가 나중에 입주하려고 전세 끼고 집을 사니 무주택자 갭투기라고 조진다. 이들이 실수요자인데 말이다. 애초 집이 희소했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 고액 전세입자로 시선을 돌린다. 집값이 급등해 구매도 못 하고 아이 학교 때문에 옮길 수도 없던 맹부·맹모들이다. "전세대출받아 세금도 안 내면서 집값 앙등에 한몫했다"고 대출보증을 끊는다.
요컨대 법인→다주택자→1주택자→무주택자 순으로 규제대상이 늘었다. 그래도 집값이 미쳐 날뛰니 세금·재정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이 "폭락한다"고 겁을 준다. 금융감독 책임자는 "퍼펙트스톰"이 온다고 한다. 시장심리를 달래야 할 이들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한다.
수탈공식은 개별 세금에도 적용된다. 재산세부터 살피자.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들고 나올 때 핀셋증세라며 "서민주택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집값이 뛰어 서민주택이 과거의 고가주택만큼 비싸졌다. 모든 유주택자가 재산세를 더 낸다. 건강보험료도 더 납부한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2%라고 했지만 이 나라 가구 수로 따져보면 4%고, 수도권 유주택자로 계산하면 10%다. 로드맵에 따라 집값이 그대로여도 재산세는 매년 더 는다. 종부세 대상도 많아지고 액수도 커진다.
집이 모자라 매도자 우위인 부동산 시장에서 먹이사슬은 '국가>은행>집주인(다주택자·1주택자)>무주택자'의 위계로 구성된다. 국가는 은행과 집주인한테 세금을 걷는다. 은행은 유·무주택자를 가리지 않고 대출자에게 이자를 받는다. 집주인은 세금과 이자를 전월세입자에게 떠넘겨 충당한다. 무주택자는 의문의 여지 없는 1패다. 패자부활전 없는 '오징어게임' 같은 시장에서 사실상 '전패'다.
집이 널렸다면 집값은 달라졌을 것이다. 국가 세수나 은행 이자수익도 규모가 훨씬 작았을 것이다. 집주인은 임차인 구하느라 임대료 인하경쟁을 했을 테고 전세 끼고 갭투자하면 바보가 됐을 것이다. '빵처럼 찍어낼 수 없는 집'이니 매매가·전세가 할 것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세의 (준)월세화로 이 나라 월세 평균가격은 1년 새 12% 넘게 뛰었다. 이대로라면 72법칙에 따라 6년 뒤 2배가 된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국가권력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를 동원해 '전세=만악의 근원'이라며 '착한 월세' 미신을 퍼뜨린다. 공급부족이라는 원인은 인정을 꺼린다. 원성이 커지면 세금을 매겨 지원금을 쥐어주는 패턴을 반복한다. 간접적으로 뜯고 직접적으로 일부 돌려주면서 생색낸다. '수탈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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