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체온·산소포화 직접 재야.. 의료계 "치료를 국민에 떠넘겨"

김성모 기자 2021. 11. 30. 0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모든 확진자 재택치료.. '위험한 차선책' 논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4주 연장하기로한 2021년 1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시스

전국적으로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자 정부가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 원칙’이라는 비상 카드를 내밀었다. 지금까지는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환자 중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재택 치료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고령층 여부에 상관없이 “일단은 집에 머물라”는 것이다. 1년 전 코로나 3차 대유행 때 ‘병상 대란’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사태를 겪고도 정부가 또 의료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병상·의료진 확보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인데 이를 국민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사 좀 되나 했더니… - 29일 오후 7시쯤 서울 시내 한 빌딩에 위치한 식당가의 모습. 저녁 시간대인데 손님이 거의 없이 한산하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모임 취소가 잇따르자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아파트 거주자 많아 되레 집단감염 늘 것”

29일 정부가 발표한 ‘재택치료 원칙’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확진자는 기본적으로 집에 머물며 치료받되, 입원 요인이 있거나 고시원·셰어하우스 등 타인과 접촉 차단이 어려워 주거 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 시설에 입원·입소하도록 했다. 당국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바로 의료 기관의 건강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필요한 재택치료·키트가 제공된다”고 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해열제, 소독제 등을 넣은 키트를 나눠줘 하루에 2회 이상 체온, 산소포화도 등을 확인하고 증상이 악화하면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4시간 응급 상황 대처 핫라인을 구축하고 재택치료 중에 검사·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단기·외래진료센터도 설치하겠다”고 했다.

재택 치료 확대 방안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병상 부족 사태에서 비롯됐다. 이날 방역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서울 87.8%, 인천 84.8%, 경기 85.5%다. 입원 절차를 밟는 중이라 잠깐 비워둔 병상, 소독하느라 정비 중인 병상 등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병상 만실(滿室) 상태다. 가장 위중한 환자들이 찾은 빅5 초대형 병원 중환자 병상 상황은 더 심각한 상태다. 서울아산병원(2병상), 서울대병원(5병상), 세브란스(1병상), 삼성의료원(3병상), 서울성모병원(3병상) 등 전체 167개 코로나 중환자 병상 가운데 남은 병상은 14개로, 91.6%까지 찼다.

11월 23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 병상이 꽉 찬 가운데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연합뉴스

병상 부족 사태는 비수도권에까지 본격적으로 번진 상태다. 대전·경북 지역에선 이미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하나도 남지 않았고 세종도 중증 병상 6개 중 5개가 사용 중이라 입원 가능한 병상이 한 개 뿐이다. 충북과 충남의 병상 가동률 역시 90%를 넘어 의료 붕괴 직전 단계까지 왔다.

◇의료계 “저소득층에 위험에 더 노출”

의료계에선 정부의 재택치료 방침을 두고 ‘위험한 차선책’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중증으로 갈 게 뻔한 환자들까지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해두면, 치료도 제때 못 받고 사망자가 줄줄이 늘 수 있다”면서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무증상·경증이 아닌) 증상이 있는 환자까지 재택을 원칙으로 하면 엘리베이터 등을 통한 집단감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입원 치료를 받으려면 ‘입원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 요건을 구체화하지도 않았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대부분 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데 어떻게 입원 요인을 가릴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재택치료는 저소득층을 코로나 감염 위기에 더 노출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좁은 주거 공간에서 코로나에 걸린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그만큼 감염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택치료 환자의 보호자와 동거인이 외출할 때 사전 신고하라는 정부 지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 치료자가 내놓는 의료 폐기물 처리도 문제다. 생활쓰레기로 배출되면 이를 옮기는 환경미화원이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