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코로나보다 무서운 경제 후유증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2021. 11. 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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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처한다고 생긴 자산 거품·인플레 골칫거리
집·주식·물가 큰 폭 오르고 초저금리에 부채 늘어
고통 대선 때 돈 더 뿌리겠다니 ‘미래의 밥솥’ 생각 안 하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 날인 2021년 9월 13일 대전광역시 한 행정복지센터에 줄을 선 시민들. /신현종 기자

코로나가 발생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도 나온다 해서 한숨 돌린다 싶더니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세계 경제에 나타났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생긴 후유증, 바로 자산 거품과 인플레다.

지난해부터 집값, 주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더니 근자에는 물가마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물가는 6%, 유럽은 4%를 넘기면서 세계 경제에 인플레 공포가 왔다.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미국 연방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당초 인플레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았으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임금과 임대료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저렴한 상품이 세계 인플레 억제에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중국 경제도 부동산 침체, 원자재난, 전력난, 인건비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생산자 물가가 26년 만에 최고치인 13.5%나 오르면서 오히려 세계에 인플레를 공급하는 처지가 되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3.2%로 아직 선진국보다 양호하지만, 생산자 물가는 8.9%, 수입 물가는 35.8%나 올라 심각한 인플레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플레는 서민들에게 코로나보다 더 지옥일 수 있다. 앞으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는 불가피한데, 그러면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전반에 극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 초저금리 기조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부채 역시 해결책이 안 보인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는 물론 그 후유증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빠지게 되었다.

2021년 10월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에서 주민들이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값싼 조리용 가스를 사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스, 육류, 전기 등의 가격 급등으로 수백만 명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AP 연합뉴스

실물경제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어쩌다가 이런 복병을 만났을까. 그것은 두 가지 때문으로 본다. 하나는 위기에 비해 돈을 너무 많이 풀었고, 다른 하나는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영향이다.

작년 초 코로나 발발 시 세계는 1930년대 공황에 빗대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완화를 추진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번 위기는 종전 위기와 성격이 달랐다. 과거 외환 위기나 서브프라임 위기 때는 금융 시스템이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자금이 경색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부도가 이어지고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금융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 시스템이 건재했다. 경제도 조기 회복세로 돌아섰다. 물론 대면 사업인 항공, 관광, 음식점 등은 고통받았지만, 반대로 수출과 비대면 사업은 호황을 이루었다. 이번 위기는 사상 최대 양적 완화로 대응할 성격이 아니었다.

시기적으로도 안 좋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뿌려진 막대한 유동성이 미처 회수되기 전에 코로나가 발발함으로써 다시 더 막대한 돈을 뿌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종전 위기 때는 금융 완화가 주 대책이었지만 이번에는 재정 완화까지 쌍끌이로 돈을 뿌려댔으니 자산 가격 폭등과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준 것도 악수였다. 방역 때문에 소비가 불가능한데 소비하라고 돈을 주면 그 돈은 어디로 가나. 갈 곳은 결국 저축이나 자산 시장밖에 없다. 사회에 개미 투자자 수백만 명이 양산되었고 이들은 내친김에 영끌 대출까지 받으면서 주식, 부동산, 코인,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투기를 부추겼다.

잘못된 정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후유증을 줄이는 최선 방법은 더 커지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근자에 금융 당국이 대출을 죄고,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주요 국가는 내년도 예산을 금년보다 10%이상 긴축 편성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대선을 앞두고 아직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유혹에 빠져 있다. 다행히 정부와 국민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여권이 기재부를 겁박하는 모습은 흉했다.

코로나 지원책은 피해를 본 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정답이다. 일자리나 임금 손실이 전혀 없는 공공 기관이나 대기업 또는 호황을 누리는 비대면 업종 종사자까지 왜 돈을 주나? 코로나가 다시 번지고 또 종전처럼 돈을 뿌리다가는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 심지어 우리 국채가 자본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앞으로 또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른다. 정치 지도자라면 의당 미래의 밥솥도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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