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기사 없는 택시 등장

김홍수 논설위원 2021. 11. 3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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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택시는 ‘블랙 캡’, 미국 뉴욕 택시는 ‘옐로 캡’이라 부른다. 원래 캡(cab)은 19세기 영국에서 날렵한 마차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일반 마차보다 덩치가 작아 승차 인원은 적은 대신 마부가 지붕 위 뒤쪽에 자리 잡는 구조여서 무게중심이 안정돼 속도가 빨랐다고 한다. 빠른 속도 덕에 택시처럼 영업했기 때문에 영어권에서 캡이 택시를 의미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마차 이름이 택시 이름이 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러스트

▶20세기 초 미국 뉴욕 거리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마부들의 돌멩이 세례 탓에 경찰의 호위를 받아야 했다. 이런 마부들의 시위를 보고 오히려 앞으로 자동차가 대세가 될 것을 직감한 사업가가 있었다. 미국 1위 마차 제조 회사의 오너 윌리엄 듀랜트였다. 그는 당시 자동차 스타트업 뷰익(Buick)을 인수해 제너럴 모터스(GM)로 키우는 반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 첫선을 보인 공유 차량 서비스 ‘우버’는 전 세계 택시 기사들에게 공포를 안겨 주었다. 100만달러를 웃돌던 뉴욕 택시 면허 가격이 10분의 1로 폭락하고, 수많은 택시 기사가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더 무서운 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운전기사가 아예 필요 없는 자율주행 택시의 등장이다.

▶중국 바이두가 최근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였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가 작년 12월 미국 피닉스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했지만 승객에게 돈을 받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바이두가 처음이다. 2025년까지 65도시, 100만대로 늘린다고 한다. 현재 자율주행 택시는 제한된 구역, 구간만 운행하는 수준이다. 기계가 운전하는 4단계나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5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차량이 다른 차, 도로 시설물, 보행자,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 기능까지는 엄청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는 오고 말 것이다. 현재의 자동변속기 개발엔 50년, 내비게이션은 30년, 에어백은 25년 이상 걸렸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모두 실현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등 자율주행 기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완전 자율차의 등장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마차와 마부를 보호하겠다고 만든 영국의 ‘붉은 깃발법’은 마부도 지키지 못한 채 자동차 선진국 자리만 독일, 미국에 빼앗기게 만들었다. ‘타다 금지법’ 사태가 반복되면 우리도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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