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연한 없앤 삼성.. 개인성과급 첫 도입한 현대차
실리콘밸리식 직급파괴·성과주의, IT 기업에서 먼저 도입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직급별 체류 기간’을 전면 폐지해 젊은 직원의 초고속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사 제도 개편안을 29일 발표했다. 직급과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기존 인사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 능력만 있다면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부사장·전무 직급은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우수 사원은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도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유능한 젊은 인재를 발탁해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고용과 처우,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 속에 성장해온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임직원 직급을 단순화하거나 아예 없애 수평적인 문화를 도입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강화하면서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성과가 좋은 사무·연구직 간부 직원들을 선발해 500만원의 특별 포상금을 지급하는 ‘탤런트 리워드’ 제도를 도입했다. 노사 협상을 거쳐 전 직원에게 균일하게 성과급을 나눠주는 회사 문화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기술·사무직 인력의 부·차·과장 직급을 책임 엔지니어와 책임 매니저로 통합했다. SK하이닉스도 사원·선임·책임·수석으로 나뉘어 있던 기술사무직 직원 호칭을 TL(기술리더 또는 재능리더)로 통일했다. 직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이런 변신은 기존의 조직 구조와 문화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이 도입하는 직급 파괴와 철저한 성과주의는 현재 글로벌 테크 업계를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에는 임원을 제외한 사원들의 직급 개념이 아예 없다. 또 근속 연수나 경력보다는 철저히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가능성만 따져 보상해주는 성과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입사 1~2년 차 직원도 언제든 중간 단계 없이 최상위 임원급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보고할 수 있다”면서 “의사결정이 빠른 것은 물론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명확하기 때문에 성과 보상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인사·보상 시스템은 실리콘밸리식 성장을 벤치마킹한 국내 IT 기업들이 먼저 도입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IT 대기업과 게임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30~40대 CEO를 발탁하고, 보상 체계도 성과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꾸고 있다. 네이버에는 1980년대생 임원이 14명이나 되고, 인공지능(AI) 개발을 총괄하는 정민영 책임리더는 34세에 불과하다. 차기 CEO로 내정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도 40대 초반이다. 카카오도 지난 4월에는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신임 대표로 1988년생인 김일두 팀장을 선임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간부 직원이 CEO보다 더 많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IT·게임 업계에서는 성과주의가 정착돼 있다”고 했다.
다만 급격한 조직문화 변화에 따른 후폭풍과 반발도 만만찮다. 실제로 철저한 성과 위주 인사·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네이버·카카오와 게임 업체들에는 잇따라 노조가 결성됐다. 이들 노조는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졌고, 차별이 만연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도 인사 제도 개편안에 대해 “무한 경쟁과 불공정한 문화를 강화하는 인사 제도 개악안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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