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편지' 들고 돌아온 팝페라가수 임형주

임희윤 기자 2021. 11.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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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비가(悲歌) '천 개의 바람이 되어'로 유명한 세계적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35)가 무려 5년 만에 정규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틀어박혀 음악 듣기만 좋아하는 '집돌이'인 제가 지난 늦여름, 경기 포천 산정호수에 놀러갔죠. 호수 한가운데서 제가 탄 모터보트가 기관 이상으로 멈춰 서더군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30분간의 적막에서 뜻밖에 절로 시상이 떠올랐어요." 임 씨는 "잔잔한 호수에 어느 날 풍파가 닥치더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나아가자는 사랑의 다짐을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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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7집 '잃어버린 시간..' 내
1920∼1950년대 노래 여럿 재해석
"크로스오버-팝페라 수식어 벗고, 그냥 음악가로 다가가고 싶어요"
7집을 내놓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는 “‘희망가’ ‘사의 찬미’ 등 암울한 시대에 민족을 위무한 신곡들도 담았다. 현재 코로나19의 어둠을 지나는 분들께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디지엔콤 제공
애절한 비가(悲歌) ‘천 개의 바람이 되어’로 유명한 세계적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35)가 무려 5년 만에 정규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7집 ‘Lost in Time(잃어버린 시간 속으로)’이다.

“‘사의 찬미’ ‘희망가’ ‘봉선화’ 등 1920∼1950년대 노래를 여럿 재해석해 담았습니다. 차기작인 8집 ‘Lost in Memory’(내년 상반기 발매)에는 패티김, 혜은이, 이미자 선배의 1960∼1980년대 노래를 수록할 거예요. 7집과 8집은 ‘코리언 노스탤지어(한국적 향수)’ 연작이 될 거예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뜬 하얀 깃털 구름 같은 임 씨의 청명한 음성은 여전하다. 단, 몇몇 곡에서 그가 클래식 벨칸토 창법 대신 대중가수처럼 거칠게 고음을 내뿜는 부분은 신선하다. 앨범의 중반부를 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로 채색했다.

“‘이등병의 편지’에서 ‘젊은 날의 꿈이여∼’ 하는 피날레는 정말 진심을 담아 열창했어요. 입대(2017년)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녹음했었거든요. 하하.”

직접 작사한 신곡 ‘산정호수의 밤’ 역시 가요적 색채가 짙다.

“틀어박혀 음악 듣기만 좋아하는 ‘집돌이’인 제가 지난 늦여름, 경기 포천 산정호수에 놀러갔죠. 호수 한가운데서 제가 탄 모터보트가 기관 이상으로 멈춰 서더군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30분간의 적막에서 뜻밖에 절로 시상이 떠올랐어요.”

임 씨는 “잔잔한 호수에 어느 날 풍파가 닥치더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나아가자는 사랑의 다짐을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크로스오버, 팝페라라는 고정된 수식어를 조금 걷어내고 앞으로는 그냥 음악가 임형주로 더 다양한 분들께 다가가고 싶어요. 신작은 그 첫발입니다.”

반듯한 이미지 덕에 그는 대한적십자사, 사랑의열매, 월드비전, 유네스코 등 국내외 여러 기관의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술, 담배도 안 한다는 그의 하루에도 어둠은 찾아올 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까.

“글쓰기로 풀어요. 2010년 동아일보 칼럼인 동아광장 (최연소) 필진 발탁이 저에게 글 쓰는 재미를 알려줬거든요. 음악에서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완벽주의자이지만 글은 아마추어이니까 부담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쓰니 행복해요. 언젠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2013∼2016년)도 책으로 엮어 보고 싶습니다.”

1년에 극장을 76회 갈 정도로 영화광이다. 영화감독 켄 로치, 미하엘 하네케, 그자비에 돌란의 팬이라고. 음악도 “잡식성”. 네덜란드 DJ 마틴 개릭스부터 미국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까지 두루 좋아한다. 올 4월부터 가톨릭평화방송 ‘임형주의 너에게 주는 노래’(평일 오후 2∼4시)로 처음 라디오 DJ에 도전해 폭넓은 취향을 과시하고 있다.

임 씨는 2017년부터 그래미 어워즈 투표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후보 선정을 위한 1차 투표를 마쳤고 수상자를 정하는 최종 투표를 남겨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래미는 미국이란 한 나라의 시상식이지만 그 파급력은 세계적입니다. 보수성의 한계를 깨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저도 일조할 생각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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