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1년새 세금 130배, 정상인가
“조상 대대로 살던 집을 팔 수도 없고, 버티자니 매년 수백만원씩 나올 세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합니다”
부모님으로부터 고향 집을 물려받으면서 다주택자가 된 바람에 올해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작년의 130배로 폭증했다는 한 70대 독자의 사연이 26일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기자의 메일함에는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는 독자들의 사연이 쏟아졌다. 이들 대부분 “집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기사에는 ‘종부세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 ‘현대판 가렴주구’ 같은 부정적 댓글이 수천개 달렸다. 연령대별 댓글 비율을 살펴보니 50~60대보다 40대(35%)가 높았다.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의 종부세에 큰 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올해 다주택자 종부세율이 크게 오르면서 본인 의지와 관계 없이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내야 할 세금이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수십~수백배씩 늘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1주택자 중에서도 보유세(종부세+재산세)가 2~3배씩 늘어난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값이 17.6% 급등했고,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 중이어서 앞으로도 종부세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 중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1.8%에 불과하다”거나 “시세 16억원짜리 집 평균 종부세가 중형차 자동차세랑 비슷하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금 폭탄’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수라 하더라도 동일한 자산에 대한 세금이 1년 새 100배 넘게 늘어난 걸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 대학 교수는 “평균값으로 보면 예외 사례가 묻히는 ‘평균의 함정’을 이용해 정부가 여론을 호도한다”고 말했다.
정부 주장처럼 종부세로 인한 충격이 극소수 부자들에 한정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진짜 규제해야 할 ‘자발적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종부세를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한다. ‘월세 전가’가 대표적이다. 최근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0% 올랐고, 지금도 매달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종부세를 확인한 다주택자들은 “나중에 집 팔 때 세금까지 다 얹어서 받겠다”며 벼르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조세의 귀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재화는 세금이 판매자에게 부과되더라도 결국 구매자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때문에 앞으로 최소 3년간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위 2% 부자를 겨냥한 종부세가 자칫 하위 20% 서민부터 때려잡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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