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길이 닿자.. 낡은 집터에 6층 작품이 솟았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2021. 11.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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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대상' 김성식 대표가 지은 서초동 상가주택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교대역에서 서울교대 방향으로 200m쯤 걸어 가면 단독주택과 이른바 꼬마빌딩이 밀집한 좁은 골목길 사이로 짙은 회색빛 6층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근린생활시설로 보이지만 주택과 상업 공간이 함께 있다. 대지 면적 363㎡(약 110평)로 1~3층에 상가와 업무시설이, 4~6층에 주택이 각각 들어서 있다. 작년에 완공했다.

김성식 대표

원래 이 터에는 오래된 2층 단독주택이 있었다. 건축주는 새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임대 수익을 겨냥해 업무 공간과 상업시설이 포함된 건물을 계획했다. 건축주는 설계사무소와 시공사에 “주거 공간은 사생활이 최대한 보호돼야 하고, 3층 이하 공간은 임대가 잘될 수 있도록 마감에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 건물을 지은 김성식 다산건설엔지니어링 대표는 “건축주가 설계부터 외벽·내부 마감까지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시공에도 잘 반영돼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했다.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은 2015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시공한 주택으로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다. 올해에는 숭인동 공유주택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도 받았다. 김 대표는 땅집고가 다음 달 1일부터 진행하는 ‘시공실전 마스터클래스 2기’ 과정에 강사로 참여한다. 그는 시공의 첫 단계인 ‘착공부터 토목 골조까지 과정’에 대해 강의한다.

김성식 다산건설엔지니어링 대표가 시공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상가주택의 모습(위 사진). 기존 2층짜리 단독주택을 헐고 6층 높이 새 건물로 지었다. 1층 상업시설(아래)에 곧 갤러리가 입점할 예정이고, 2~3층은 오피스, 4~6층은 건축주의 주택으로 사용한다. /신경섭 작가

◇”시공사마다 수준 달라… 세심하게 요구해야”

서초동 상가주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외벽 마감재다. 건축주는 설계사무소와 협의해 마감재로 이탈리아산 화산석 ‘라바 그라지아(Lava Grazia)’를 선택했다. 라바 그라지아는 일반 벽돌과 비교해 표면이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건물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그런데 직수입하기엔 가격이 너무 비쌌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원재료만 가져다가 중국 전문 업체를 통해 가공한 뒤 국내로 들여와 시공했다”면서 “자재 자체가 이탈리아산이고, 가공 수준도 높아 모두가 만족했다”고 했다. 마감재 비용을 최대한 줄여 전체 공사비 인상도 억제할 수 있었다.

건축주는 임대 공간인 1~3층 마감에 특별히 신경썼다. 내부 벽면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는데 시공사는 벽과 천장, 바닥이 만나는 부분에 작은 틈 하나라도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처리했다. 특히 천장의 경우 노출 콘크리트 특성상 배관이나 전선이 뒤엉킨 모습이 드러날 수도 있어 이를 가리는 데 최대한 신경 썼다. 바닥은 특별히 마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윤이 나는 에폭시(epoxy) 페인트로 시공해 깔끔해 보이도록 처리했다.

흔히 꼬마빌딩은 세입자가 개별 인테리어를 진행하기 때문에 건축주가 구태여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천장과 바닥은 깔끔하게 마감해야 임차인 모집이 수월하다. 김 대표는 “설계도에는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라고만 표시하지만, 실제로는 시공사마다 마감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며 “건축주가 세심한 공사를 요구하고, 점검 역시 꼼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건물은 완공하자마자 2~3층 업무시설에 곧바로 세입자가 들어왔고, 1층에는 곧 갤러리가 입점할 예정이다.

◇주거 사생활 지켜주는 마이너스 발코니

이 건물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공간은 ‘마이너스 발코니’다. 건물 앞쪽에 발코니를 만들되 바깥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디자인한 것. 건물을 설계한 정현아 디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마이너스 발코니 덕분에 건물이 매끈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갖게 됐다”면서 “외부에서 보면 창문처럼 보이는 부분이 발코니인데 그 뒤쪽에 실제 창문이 있어 주변 건물에서는 내부가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식 대표는 “서초동 상가주택은 건축주 요구 사항이 워낙 명확해 시공사 입장에서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더 신경 써서 시공할 수 있었다”며 “건축주가 시공에 들어가기 전 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고, 비슷한 다른 건축 현장도 자주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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