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3] 빌리 진
1982년 11월 30일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출시됐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는 지금까지 무려 7000만 장 이상 팔렸다.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 일곱 곡이 싱글 앨범으로 출시됐는데 모두 빌보드 순위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그중 뭐니 뭐니 해도 문워크(moon walk)를 선보인 ‘빌리 진(Billie Jean)’이 압권이다. 분명히 뒤로 움직이고 있는데 앞으로 걸어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문워크에서 구두코로 곧추서는 동작으로 이어지는 안무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오죽하면 전설의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가 “내가 만일 눈을 뜬다면 첫째로 딸의 얼굴을 보고 싶고, 둘째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보고 싶다”고 했겠나?
문워크 동작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932년 재즈 음악인 캡 캘러웨이(Cab Calloway)의 춤 동작 ‘버즈(The buzz)’와 1943년 빌 베일리(Bill Bailey)의 ‘백슬라이드(backslide)’ 탭댄스 동작이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남아 있다. 마이클 잭슨은 R&B 그룹 샬라마(Shalamar)의 멤버이자 안무가인 제프리 대니얼(Jeffrey Daniel)에게서 직접 사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워크는 잭슨의 발명품은 아니었지만 그의 몸을 빌려 완벽하게 육신승천했다.
마이클 잭슨은 여섯 살 때 친형 넷과 함께 잭슨 파이브(Jackson 5)의 멤버로 데뷔했다. 1972년에 발표한 ‘벤(Ben)’과 ‘갓 투 비 데어(Got to be there)’의 천진하고 청아한 목소리에 반한 나는 그가 20대 초반에 내놓은 ‘오프 더 월(Off the wall)’이나 ‘걸프렌드(Girlfriend)’ 등에는 적이 실망했다. 아직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음의 불안한 음정처럼 들렸다. 그러다 터진 게 ‘스릴러’, 더 정확히는 ‘빌리 진’이었다. 노래도 한층 성숙해졌지만 춤은 가히 견줄 자가 없었다. 가장 농익은 ‘빌리 진’을 감상하려면 1996년 히스토리 투어(HIStory tour) 쿠알라룸푸르 공연 동영상을 찾아보기 바란다. 공연 예술의 극치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BTS의 칼군무 이전에 잭슨의 문워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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