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의 응시]'민주대연합'이라굽쇼
[경향신문]
기이하다. 연이은 처가의 의혹과 1일 1실언 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실패와 조국 사태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586 등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깊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촛불항쟁 5년 만에 국민의힘은 완전히 복권이 됐고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국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지자,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한국정치의 강시’가 다시 무덤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것은 국민의힘의 집권을 막기 위해 정의당 같은 진보세력을 포함한 ‘민주화세력’이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의 휘하에 단결해 이재명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민주대연합론’과 후보단일화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차악’이며 국민의힘의 집권이라는 ‘최악’을 막기 위해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양보를 해 ‘차악’을 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후보가 이를 거부하자 급기야 김어준의 인터넷 방송은 한 심리학자를 초대해 심 후보의 행보는 그의 성장과정의 가족상황에서 생겨난 인정욕구 등 사적 욕망과 관련이 있다는 인신공격까지 하고 나섰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의 행보에 사적 욕망이 작용하고 있고, 그 욕망과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형수 막말, 음주운전으로부터 공직자 사칭에 이르는 전과, 여배우 스캔들 등은 그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비판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위성정당보다 훨씬 이전에, 구체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문재인정부가 민주대연합을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렸다는 사실이다. 다른 글에서 지적했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함께 촛불연정, 민주대연합으로 나가야 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촛불항쟁과 박근혜의 탄핵은 더불어민주당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의 국민의당, 유승민 등 바른정당, 나아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일부의원들이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민주대연합론에 따른 촛불연정 대신에 승자독식으로 나갔다. 둘째,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석이 적었기 때문에 개혁입법을 위해 촛불연정이 필요했지만 이를 외면했다. 그 결과 개혁입법은 표류했다. 마지막으로 승자독식주의와 이에 따른 사생결단식의 대립정치가 가져온 폐해들을 생각할 때 권력분점과 촛불연정은 시대정신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오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심상정 후보의 표 때문에 패배할 수도 있다. 설사 그리 되더라도, 이는 정의당 탓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정과 오만, 나아가 현재의 권력에 눈이 멀어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승자독식주의에 빠졌던 자신들의 탐욕의 결과일 뿐이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다. 민주대연합은 죽었다. 아니 더불어민주당이 죽였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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