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합의란 무엇인가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 2021. 11. 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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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왕은 자백이란 말이 있다.

혐의를 인정하는 이상 관심은 형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집중되는데 형량을 줄이는 데는 피해자와 합의만 한 것이 없다.

변호한 사건 중에서도 피해액수가 수십억 단위가 되는데도 피해자와 합의를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이 많다.

마약 때문에 고생한 나와의 합의, 혹은 뇌물을 주느라 지출을 감행한 사람과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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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변호사

수사의 왕은 자백이란 말이 있다. 자백만 한 증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말장난 같지만 자백의 왕은 그럼 뭘까. 합의다. 혐의를 인정하는 이상 관심은 형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집중되는데 형량을 줄이는 데는 피해자와 합의만 한 것이 없다.

합의의 효과가 가장 큰 죄는 모욕, 명예훼손, 단순폭행, 단순협박죄다. 이 경우에는 자백하고 범행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라도 피해자와 합의만 있으면 공소기각 판결이 나온다. 공소기각은 검찰 측의 공소제기에 대해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구태여 비교하자면 무죄와 비슷하다. 형사법령에 모욕죄는 친고죄, 즉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죄로 명예훼손, 단순폭행, 단순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죄로 기재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횡령, 배임, 사기 같은 재산범죄에서도 합의의 효과는 꽤 크다. 이런 유의 범죄는 피해액이 많을수록, 피고인이 작정하고 범죄에 달려든 것일수록 형량이 높아지고 집행유예 확률도 낮아진다. 하지만 이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합의가 있으면 높은 확률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변호한 사건 중에서도 피해액수가 수십억 단위가 되는데도 피해자와 합의를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이 많다. 반대로 마약범죄나 뇌물범죄같이 뚜렷한 피해자가 없는 경우는 자백하고 나면 어찌 변호를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마약 때문에 고생한 나와의 합의, 혹은 뇌물을 주느라 지출을 감행한 사람과 합의.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합의금을 얼마나 줘야 하죠?" 피고인에게 합의를 권하고 나면 반드시 돌아오는 질문이다. 나로서는 딱히 해줄 말이 없다. 묻는 피고인보다 내가 더 안다 할 게 없기 때문이다. '합의'라 하니 뭔가 법적인 용어 같지만 사실 법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합의는 더도 덜도 아닌 용서를 받는 것이다. 용서에 가격이 어딨겠는가. 화가 나 있는 피해자에게 "이 돈이라도 받고 저를 용서해 주세요"라는 명목으로 건네지는 돈이 합의금이고 화를 삭이는데 재료비가 드는 것도 아니니 뚜렷한 가격이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시중가라고 부를 만한 게 있는데 재밌는 건 이 시중가의 형성과정이다. 내가 볼 땐 정가가 있다는 세간의 믿음이 결국 시중가를 만들어냈다. 피해자가 합의하기 전에 주변에 적절한 합의금이 얼마인지 물어보곤 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시중에 떠도는 금액을 조언해주고 이게 피해자의 요구금이 되고 대개 합의는 이 금액선에서 이뤄지면서 이 시중가가 굳어버린 것 아닌가 싶다.

"피해자가 합의를 볼 의사가 없는데 어쩌죠"라는 질문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변호사라고 해서 용서받는 법을 더 잘알 리 없잖은가. 피해자에게 어찌 용서를 강요하겠는가. 그저 피해자가 마음을 돌리기만을 바라며 묵묵히 비를 맞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합의라는 용어 때문에 피해자와 대등한 협상을 벌이는 것이라 착각하기 쉬운데 합의한다는 건 결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용서와 화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동인데 형사소송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지는 듯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모쪼록 계산 없는 순수한 것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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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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