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질병과 낙인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2021. 11. 30. 0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혁용 변호사

얼마 전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이자 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소위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며 정신과적 진단명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공격받았던 "치매설"을 국감장에서 활용한 김승희 의원이 연상되는데, 특히나 정신과 전문의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사의 윤리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간 존엄성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사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다뤄보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질병은 사람을 공격하는 수단이었다.

나폴레옹은 단신의 비만한 추남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170cm의 수려한 미남으로 당시 평균 키보다 큰 키의 외모를 지녔다. 적대국인 영국에서 '못생긴 난쟁이'라고 묘사하면서 역사적 진실처럼 굳어진 사례다. 질병은 적대 국가를 공격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성매개감염병으로 악명을 떨쳤던 매독은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병으로,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병으로,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동병이라 칭해졌다.

영어권에서 retard(박약아)이나 lame(절름발이, 장애인)은 오랜동안 욕설로 사용되어 왔으며 우리나라 역시 그러한 언어 사용 역사가 있다. 17세기를 휩쓴 마녀사냥은 질병이 있거나 신체적으로 특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고, 나중에는 질병이 있다는 신고만 들어가도 처형을 당하는 사례로 이어졌다.

외모뿐 아니다. 정신질환은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코드(F코드)로 진단을 받으면 취업이나 이후 삶의 과정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정상적인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응답자의 75%가 정신과 진료이력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고 정신질환 진단을 받으면 차별, 낙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응답한 연구도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간질'은 뇌전증, '정신분열병'은 조현병으로 명칭을 바꾸었고 어리석다는 뜻의 치매 역시 인지장애증으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인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시점에도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그 어떤 공격보다 치명적이다. 때문에 정신과적 진단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환자 비밀엄수는 의사가 지켜야 할 기본 윤리이다. 현실적 낙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사 윤리 중요성이 높은 것이다.

원희룡 후보의 부인인 강윤형 전문의가 언급한 "소시오패스"는 의학적으로 엄격한 용어도 아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일부 요소로 평가되며 전문가들도 진단을 매우 신중하게 하는 질환이다. 성격장애는 다양한 임상사례와 더불어 뇌과학, 심리학 영역에서 연구와 임상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엄연한 질환이다. 누군가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질환명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질병을 활용한 공격'은 공격을 받는 당사자와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는 "정신질환자, 장애인, 한센인" 등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탄압하기 시작했고, "정신질환자, 장애인, 한센인"은 그대로 사람을 공격하는 낙인(stigma)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처벌은 "정신질환자, 장애인, 한센인"에게 심각한 낙인효과로 작용, 치료가 필요한 정상적 사회구성원이 아닌 배제하고 처벌해야할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한센병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문둥병이라고 불리며 심각한 사회적 차별을 당했던 나병환자들은 일제에 의해 신의 후손이 통치하는 나라에 살 수 없다며 소록도에 격리 수용 당했고 피임과 낙태를 강요받았던 역사가 존재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 씨에게 성격장애와 그러한 성향을 가진 환자들을 "사회적으로 격리"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몇 번 언론을 통해 접한 사람들의 성격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지 묻고 싶다.

[관련기사]☞ BJ 철구, 비서에… "비키니쇼 가능? 너 원래 벗는 애"슈퍼카 17대 세워만 두는 男…차값만 20억인데 모텔 전전송윤아, 불륜에 절망한 아내 역할…'불륜설' 재조명송지효 숏컷에 뿔난 팬들…"스타일리스트 교체하라""한숨만 쉬다 목숨 끊어" 가사에…종현 팬들 뿔났다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