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 대원족, 대전족, 연어족을 아십니까?

곽아람 기자 2021. 11.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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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대치동 거주민 4개 유형

대원족, 대전족, 연어족, 원정족…

지난주 출간된 책 ‘대치동’(사계절)을 통해 알게 된 용어입니다. 대치동 학원가 은어랍니다. ‘대원족’은 ‘대치동 원주민’의 준말, 즉 1970년대부터 대치동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았던 사람을 말하고, ‘대전족’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를 사는 부모를 일컫는다네요. ‘연어족’은 ‘대원족’의 자녀 세대로 결혼 후 대치동에 재입성한 사람들을, 원정족은 서울 비강남권이나 지방에서 대치동에서 아이 학원을 보내는 사람들을 이른답니다. 저자는 20년간 대치동에서 논술 강사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대치동과 학원판을 떴고, 학부 전공인 인류학적 방법론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수능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창 수험생들이 대입 준비에 바쁜 시절, 꼭 수험생 부모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욕망의 지도를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지음.

‘윈터링(wintering)’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즉 ‘겨울나기’를 ‘윈터링’이라고 한답니다. 영국 작가 캐서린 메이의 에세이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읽었습니다. ‘윈터링’은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웅진지식하우스.
윈터링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기록한 회고록에서 저자는 계절상의 ‘겨울’과 함께 ‘인생의 겨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마흔 살 생일을 전후해 여러 시련을 겪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입원하고, 자신은 건강 문제로 실직하며, 아들은 등교를 거부하지요. 저자는 “누구나 한번쯤 겨울을 겪는다.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면서 혹한을 슬기롭게 견뎌내는 지혜를 찾아 나섭니다. 찬 물 수영으로 조울증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는 겨울바다에서 수영하며 냉기에도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느끼고, 동면하는 겨울잠쥐를 관찰하며 잠의 의미를 물으며, 완전히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겨울 나무가 내년 봄을 위한 잎눈을 품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곱은 손을 부비며 출근하는 일상이 시작되었고,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섰네요. 기나긴 겨울의 시작. 그렇지만 해마다 그랬듯 이 겨울 역시 지나가겠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까지 얼어붙지는 않도록 하는 지혜일 것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 지는 선택할 수 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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