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82] 공감 능력 좋을수록 사람을 골라 사귀어야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11.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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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울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에 상담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울증은 원인이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사회심리, 생물학적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기본 치료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 코칭부터 외과적 접근까지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울증에 외과적 접근이 있을까 싶은데, 대표적인 예가 ‘심부 뇌 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이다.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뇌 깊은 영역에 전기 자극을 주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 긍정적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 원인의 큰 축이 사회심리적이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것은 마음이 담긴 신경 시스템이기에, 그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접근해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 보면 입증된 대표적 항우울제는 ‘신체 활동’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벌써 겨울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춥고 우울하니 신체 활동이 줄어들기 쉬운데, 이럴수록 햇빛을 즐기며 몸을 더 움직여 줄 필요가 있다.

‘약이 좋으냐 운동이 좋으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운동만으로 회복되면 최선이지만 보통 우울증이 오면 의욕이 떨어져 하던 운동도 그만두기 쉽다. 두 방법을 병행해 시너지를 내기를 권한다. 약은 의욕을 올려주고, 의욕이 올라가면 신체 활동 등 라이프 스타일에도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다.

우울증 사례에 따라서는 인간관계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원인이 공감 능력이 좋아 마음 에너지의 소모가 많은 경우다. 공감 능력이 좋으면 우울과 거리가 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공감 능력이 좋을수록 사람을 골라 사귀어야 한다’는 조언을 할 때가 있다. 공감 능력이 좋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감정적 이해, 특히 상대방의 아픔을 잘 느낀다는 것이다. 또 느끼는 만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위로도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공감은 이렇게 훌륭한 특징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주변에 내 공감 에너지를 원하는 사람만 쌓이게 되면 마치 호러 영화에서 좀비에게 쫓기는 생존자 주인공처럼 탈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주는 것만큼 받는 것도 상대방을 위하는 일이다. 주기만 하다가 소진되면 상대방은 왜 이전 같지 않냐며 불만스러워하고, ‘나는 언제까지 주기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공감을 주었다면 상대방도 나를 위로할 기회를 주는 배려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려도 따스함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최소한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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