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도 뚫렸다… WHO “확산 가능성 커, 심각해질 수도”
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에 나서고 있다. 오미크론이 발생한 남아프리카 국가와 인접국은 물론, 해외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을 차단하는 ‘초강력’ 수단을 동원하는 나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아프리카 8국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해 국내 코로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델타 변이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확진자와 중증 환자,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전염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까지 퍼질 경우 국내 코로나 상황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30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29일 전격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미크론 유입 차단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유학생·기능실습생 및 비즈니스 목적 단기 체류자의 신규 입국을 다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올 초부터 델타 변이 유입을 막으려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했다가 지난 8일부터 유학생과 비즈니스 목적 단기 체류자의 입국을 허용했었다. 일본은 앞으로 한 달간 입국 금지를 실시한 뒤, 변이 확산 상황에 따라 추후 대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이 지난 28일부터 14일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고,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는 29일부터 14일간 외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지시켰다.
이 밖에 필리핀은 지난 26일 남아프리카 7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28일에는 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 등 유럽 7국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고, 인도네시아도 남아프리카 10국 이외에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홍콩에 대해서도 입국 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속속 대문을 닫는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가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북미에서는 처음으로 캐나다에서 확진자가 2명 발생했고, 29일에는 포르투갈에서 13명이 집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의 오미크론 확진자는 2명에서 9명으로 늘었고, 홍콩 등에서도 감염자가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은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지닌 매우 다른 변이”라며 “오미크론으로 인해 코로나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경우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오미크론 팬데믹(대유행)을 기정사실 또는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금의 속도라면 앞으로 2~3주 내 사실상 모든 나라에 오미크론이 침투하고, 한두 달 안에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휘호 더용어 네덜란드 보건부 장관은 “현재 발견된 오미크론 감염자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했고,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감염자 주변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더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제5차 대유행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향후 2~3주 정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린 지금 시간과의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과학자들이 오미크론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계와 제약업계가 이 변이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으려면 2~3주가 필요하다”고 했다. 파우치 소장도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심각성, 특징 등 확실한 정보를 얻기까지 2주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이 이미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촘촘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북미 등 대부분의 대륙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 외 다른 나라를 경유해 변이 바이러스 환자가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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