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M16 개발한 '자주국방 1세대' 도미 기사들.. '영웅들의 귀환'

박주영 기자 2021. 11. 2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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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국방부 조병창에서 국산 M16 소총 개발 등을 주도한 '도미기사'들이 29일 오전 부산 동래구 농심호텔에서 SNT모티브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NT모티브

“여러분은 자주 국방 1세대 영웅들 이십니다.”

29일 오전 부산 동래구 온천동 농심호텔. ‘환영, 영웅들의 귀환-대한민국 자주국방 1세대, 국방부 조병창 도미 기사’ 행사가 열렸다.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 ‘SNT모티브’가 마련한 자리였다. 도미 기사 10명과 그 가족 6명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박문선 SNT모티브 특수사업본부장은 “한국이 소구경 화기 제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조병창 시절, ‘도미 기사’ 분들의 땀과 노력으로 쌓은 숭고한 기술 덕분이었다”며 “이 분들은 ‘대한민국 자주국방 1세대 영웅’”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국방부 조병창에 근무하며 개인화기 국산화 등에 기여한 도미기사들이 29일 부산 기장군 'SNT모티브 공장'에서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SNT모티브

‘도미(渡美) 기사’는 197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M16 관련 기술을 배워 귀국한 뒤 1973년 설립된 국방부 조병창(造兵廠)에서 근무하면서 자주 국방 토대를 닦은 기술자들을 말한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최강 개인 화기 제조 및 기술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초석을 마련한 이들로 평가받는다.

국방부 조병창은 1960년대 말 “우리 손으로 우리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설립이 추진됐다. 1971년 ‘M16 소총 제조 공장 도미 훈련 기사’ 공개 모집을 하고 27명이 선발됐다.

‘공대 기계과 졸업, 기계 관련 분야 경력 5년, 미국인 기술자와 30분 이상 영어로 대화 가능한 자’ 등 까다로운 지원 자격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응모자 1800여명 중 60대1을 넘는 경쟁을 뚫고 뽑힌 인재들이었다.

이들은 1972년 3월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 총기 제조사인 콜트(Colt)에서 1973년 1월까지 기술 연수를 받고 귀국, 그 해 11월 29일 설립된 조병창에서 M16 소총과 국산 K시리즈 화기를 개발하는 주역이 됐다. SNT모티브가 이날 가진 행사는 조병창 창립 기념일에 맞춘 것이다.

국방부 조병창 도미기사들이 29일 오후 부산 기장군 'SNT모티브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SNT모티브

조병창의 역할은 민영화 방침에 따라 대우정밀을 거쳐 SNT모티브로 이어졌다. SNT모티브는 조병창 출범 당시 앳된 청년에서 이제 80 전후의 고령이 된 ‘자주 국방 영웅’들에게 이날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어 부산 기장군 SNT모티브 방산 공장으로 초청, 이들의 손모양을 찍은 핸드 프린팅 조형물을 만들었다. SNT모티브 측은 “이들 영웅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그 공헌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 기사 대표 강흥림(83)씨는 “우리가 갈고 닦은 총기 제조 기술이 우리나라 정밀기계 공업의 기초가 됐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자주국방의 역사를 길이 이어가고 세계 최강의 개인 화기 제조 강국으로서 자리를 지켜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강씨 등 도미 기사들은 SNT모티브 공장을 돌며 소총 생산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전했다. 또 지금까지 자신들이 소장해온 관련 사진과 노트, 메모, 책 등을 SNT모티브 측에 기증했다. SNT모티브 측은 “회사 안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이들이 기증한 물품과 핸드 프린팅 등을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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