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재명의 민주당' 비판하며 "나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 본격 가동.. 2박3일 충청 방문

소형 원자로 살펴보는 윤석열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윤 후보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체제가 가동된 후 첫 지방 일정으로 세종·대전을 찾았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9일 “저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라며 “집권하면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중심의 선거운동을 강조한 것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이날 당 선거대책위원회 체제가 가동된 후 첫 지방 일정으로 세종·대전을 찾았고, 2박 3일간 충청권 민심 훑기에 나선다. 윤 후보는 “중원(中原)인 충청에서 정권 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승리의 100일 대장정’에 나서고자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선 100일을 남겨둔 이날 오전 충청행에 앞서 첫 선대위 회의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했다. 윤 후보는 최근 이 후보가 사용하는 ‘이재명의 민주당’ 표현에 대해 “민주당 정부의 실정(失政)에서 본인을 분리해 내고자 하는 ‘쇼잉’(보여주기)으로 생각합니다만 그 말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 개인의 사당의 길을 가겠다는 발상에서 청와대 독재가 싹트고 집권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독재적 발상”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게 나오자 ‘민주당 때리기’를 하며 집권 여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당 중심의 정권 교체’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저는 당과 입법부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후보와 일대일 경쟁 구도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집권 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권 교체를 이룬 국민의힘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이 후보에 대한 기존의 맞대응 수준에서 벗어나 이날 ‘선제 비판’에 나선 것도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반면 이 후보에 대한 직접 비판은 피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이날 시작된 ‘대선 100일 대장정’을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에서 출발했다. 윤 후보는 “저는 충청의 아들이고 충청은 제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충청은 늘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이고 대선의 승부처였다”고 했다. 윤 후보가 부친의 고향을 부각하면서 ‘충청 대망론’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충청에서 첫 일정으로 세종 밀마루 전망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전경을 둘러보고 나서 “세종시가 실질적인 수도로서 기능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세종에)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후 대전에선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를 잇달아 찾은 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이라는 황당무계한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다”며 “(검찰총장 시절)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걸 은폐하려는 정권의 파렴치를 알게 됐다”고 했다.

윤 후보의 세종 일정에는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세종시 설계자’를 자임했다. 당 안팎에선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합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윤 후보가 김병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후보는 대전 유성구의 한 카페에서 ‘With 석열이형’(석열이형과 함께)이라는 제목으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연 자리에서 “킹메이커는 국민이다. 또 2030 여러분이 킹메이커다”라고 했다. 한 청년이 윤 후보와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신경전을 언급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윤 후보는 “윤석열 정부는 청년 프렌들리(친화적) 정부가 될 것”이라며 “청년은 선거 때 쓰고 버리는 정치적 액세서리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