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미디어특위서 언론재단 이사장 "공공포털 필요"
언론미디어특위서 열람차단청구권 등 공방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포털 책임론 제기
與 김종민 의원 "포털뉴스 획일, 공영포털 대안"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회 언론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익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핵심 조항을 놓고 또다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언론중재위원장은 사전 차단이 아니라며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국민의힘은 기사를 공론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조항이라며 논의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언론미디어특위는 29일 오후 제3차 회의를 열어 언론중재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업무 보고를 겸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포함한 언론미디어 개혁 분야 논의를 벌였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굉장히 중요한 피해구제 수단”이라고 말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열람차단 청구제도가 정정·반론보도 청구 제도와 마찬가지로 언론기관과 합의해야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자꾸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는 건 과하다고 보는데 어떤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석형 위원장은 “열람차단 청구권이 사전 조치인 것처럼 이해하는 분이 많은데, 그렇게 사설을 쓴 특정 언론사 담당자와 통화해서 '시정하겠다'고 답을 얻은 일도 있다. 법리에 대한 오해는 풀렸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에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열람차단 청구가 있으면 이를 표시하게 했는데, 이것은 강제성이 있고, 심리하는 동안 붙어 있어 언론 자유를 침해할 규정이 된다. 후속보도가 지장을 받는다는 걱정이 있다”고 반박하자 이 위원장은 “그 부분은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정정 보도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사실이 옆에 표시되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로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열람차단청구권 반대 사례를 들어 “뉴스를 공론장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중재위가 준사법기구이지만 중요한 열람차단 청구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민단체 제안도 있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거의 의견 접근을 봤는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서 얘기하는 것은 막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석형 위원장은 국감 전 이상민 의원에게 전화해 '사후 처분인데 무슨 우려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의원이 '사전 처분인줄 알았다, 오해가 있다'면서 2~3일 후 우려를 잘못 얘기했다고 정정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이석형 위원장의 이날 인사말과 지난달 19일 했던 인사말이 (거의) 같은데,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 이 위원장이 특정 생각을 고수하면 열린 장에서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자 이 위원장은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는데, 법리를 오인해선 안 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싶다”고 맞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도 우려를 표명하는데 위원장이 뜻을 고집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 위원장은 “여론을 이유로 법리 자체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리적 차원의 개인 고집이라면 수긍할 수 있으나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고수하는 자세라면 변화가 필요하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정희용 의원의 이어진 반문에도 이 위원장은 “정부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을 괘념치 않는다”고 답변했다.
“징벌적 손배 도입 시 이득 보는 것은 권력”
징벌적 손해배상제 문제점도 언급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징벌적 손배제가 피해 구조에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제도 도입 추진하는 민주당은 민사가 가벼워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겁박만 하면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데, 배상액을 늘리면 언론사가 오히려 더 강하게 대비한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징벌적 손배로 이득을 보는 것은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 뿐”이라고 답했다.
표완수 “공공포털 꼭 필요, 포털에 책임물어야”
여당 의원들은 포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포털이 기사를 임의로 배열하는 등 편집국 역할을 하고 있다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지적에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공공포털, 공영포털이 꼭 필요하다”며 “민간포털이 언론행위를 하면서 무거운 책임은 지지 않고, 지방 언론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 이사장은 “규제가 필요할 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 약간의 지원이 될 수 있는, 모든 뉴스 소비자가 마음대로 이용할 공공포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가능하다고 보고 여러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비용 문제에 관해 표 이사장은 “어떻게 서비스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언론사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어떤 인센티브를 얼마나 제공할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추산해서 개략적 수치나마 별도로 보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포털 뉴스 획일성을 거론하면서 “하루에 수만개 기사가 쏟아지는데, 포털 메인에 나오는 기사 5개만 다 봐야 한다”며 “노동신문 아니냐. 다양성이 없다. 포털 때문에 (독자들이) 한 뉴스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의 포털 제휴 지위가 강등된 데 대해 “포털에 (연합뉴스 기사가) 안 올라오니 국민들이 못 본다. 정보 접근권과 평등권이 침해된다”며 되레 포털을 비난했다. 그는 “포털이 갖고 있는 획일적 침해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라며 “포털이 갖고 있는 획일성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문제 핵심이며, 공영포털이 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왜 포털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표완수 이사장은 “언론이 포털에 종속돼 저널리즘이 죽은 지 꽤 오래됐다”며 “지금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 포털 체제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공공포털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반론 제기되면 표시하는 제도도
기사에 반론이 제기되면 반론 표시를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반론이 있다는 태그는 기사에 표시하되 그 이상은 들어가지 말자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태그를 누르면 반론문 내용도 나타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반론 보도가 있다고 표시해야 한다면 (반론의) 취지를 간략히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일반 독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된다. 추상적이고 일반적 표시만으로는 독자가 알아야 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도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이전의 언론중재 제도만으로는 어렵다”며 “중재에 걸리는 시간이 18일 정도인 제도가 효력이 있겠느냐.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반론을 같이 게재해주면 (잘못된 보도에) 시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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