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의 경제학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경향신문]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한화가 FA 포수 최재훈과 5년 최대 54억원에 계약했다. 옵션 최대 5억원을 제외한 보장금액은 5년 49억원이다. 연 평균 10억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다. 역대 포수 중에서는 5위 계약이다. 최재훈의 FA 계약을 두고 ‘적정 가격’ 논란이 또 벌어지는 중이다.
54억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오버 페이’의 근거다. 지난해 오재일이 삼성과 4년 50억원에, 최주환이 SK와 4년 42억원에 계약했다. 허경민이 원소속 구단과 4년 65억원, 7년 최대 85억원에 계약했고 정수빈은 6년 56억원이었다. 최재훈의 계약 총액은 지난해 굵직한 FA들 못지않은 금액이다.
‘적정 가격’이라는 주장에도 근거가 있다. 최재훈은 리그에서 프레이밍이 가장 뛰어난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팀 실점 억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앞선 시즌들 공격력이 다소 떨어져 보이지만 2021시즌 타율 0.301, 출루율 0.405는 포수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최재훈은 한화의 2번타자로 활약했다. 포수 포지션이 비어 있다고 전제하고, 주전급 포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연평균 80만달러는 이해할 수 있는 금액이다.
FA 시장에 나온 다른 포수, 장성우(연봉 2억1000만원·B등급)나 강민호(연봉 5억원·C등급)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보상금이 필요하다. B등급 장성우는 보호선수 25인 외 1명에 연봉 100%를, C등급 강민호는 연봉의 150%(7억5000만원)를 보상해야 한다. 게다가 KBO리그는 외인 연봉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던 과거, 15승 이상을 바라는 투수에게 200만달러씩을 펑펑 썼다.
겨울마다 FA ‘오버페이’ 논란이 벌어지는 건, 경제학적으로 따지면 당연하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고 KBO리그 FA 시장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FA제도에 등급제가 포함됐지만 여전히 FA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등급에 따른 보상 허들도 상당히 높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를 데려와야 하고,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경쟁을 하다보면 몸값은 높아진다. FA로 나오는 선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2021시즌 샌프란시스코가 준척급 논텐더(방출) FA 선수들을 데려와 리그 최다승을 거둔 일이 KBO리그는 불가능하다.
FA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배경은 144경기 시스템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기 수가 120경기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뎁스를 활용한 돌려막기 전략이 보다 유효해지고, A급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논리다. 이번 시즌 한화의 실험에서도 드러났듯 중간급 선수들의 활약은 1~2개월 이상 꾸준하기 어렵다. 경기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이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시즌 운영이 가능하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FA 몸값은 계속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 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이 말했다. “합리적 판단만 앞세우면 FA 경쟁에서 항상 3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FA 계약에는 성공과 실패만 있을 뿐 ‘오버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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