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한 탄약 냄새 지우고 예술의 향기를 뿜어내다
[경향신문]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캠프그리브스를 문화와 평화의 공간으로 승화하는 ‘캠프그리브스 탄약고 프로젝트’가 2년 만에 돌아온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1953년부터 미육군 2사단 506연대가 2004년 8월 철수할 때까지 50여년간 주둔했던 미군 반환공여지다. 경기도가 2013년 건축물 원형 그대로를 활용, 민통선 내 유일한 역사·문화·예술 체험시설로 탈바꿈해 개방함으로써 비무장지대(DMZ)의 대표 문화예술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경기도는 다음달 1일부터 미디어 아트·설치 미술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캠프그리브스 탄약고 프로젝트’를 재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업은 캠프그리브스의 공간적 특수성을 활용해 DMZ의 의미와 가치를 담은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드는 ‘캠프그리브스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 8월 ‘DMZ 평화정거장(DMZ Peace Platfrom)’을 계기로 시작됐다. 아쉽게 2019년 하반기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운영이 중단됐으나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에 발맞춰 전시를 재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탄약고1에서 열릴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 탄약고2에서 진행되는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작품들의 전시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10월15일까지 약 10개월간이다.
먼저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가상의 영상을 현실과 접목해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기법인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활용한 이승근 작가의 ‘이 선을 넘지 마시오’가 공개된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바닥의 선을 따라 어두웠던 분단의 역사에서 밝은 평화와 희망의 에너지가 가득찬 세상으로 나아가게 함으로써 DMZ와 평화의 가치를 체득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154.98㎡ 규모의 탄약고 전체 공간을 영상과 음향, 조향으로 채우며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설치미술 프로젝트’에서는 2018년 DMZ 평화정거장 당시 국내 최초로 공개돼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과 공감을 얻은 김명범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원(ONE)’을 다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듯 박제 사슴의 뿔에 죽은 나뭇가지들을 탄약고 천장까지 확장·연결한 작업물로, 분단의 상흔을 안은 채 수년간 방치됐던 곳을 평화와 희망을 그리는 창조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탄약고 프로젝트는 캠프그리브스 홈페이지(dmzcamp131.or.kr)를 통해 신청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또는 경기관광공사(031-953-6970)로 문의하면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와 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캠프그리브스를 명실상부 DMZ 대표 명소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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