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곽상도 구속영장 청구..'50억 클럽' 로비 의혹 수사 분수령
[경향신문]
직무 관련성 입증 쉽지 않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적용
박영수·권순일 등 확대 여부 주목…수사 종결 수순 시각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9일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사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물의 구속에 나선 것이다. 곽 전 의원의 구속 여부가 대장동 비리 수사의 2라운드 격인 정·관계 로비 수사의 신호탄이 될지, 종결 수순이 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곽 전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 직전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막아주고 화천대유 직원이던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지난 27일 곽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지 이틀 만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당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기 때문에 뇌물죄의 성립요건인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알선 대상이 ‘금융기관’인 점을 고려해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곽 전 의원은 언론 보도 직후인 지난 9월26일 국민의힘에서 탈당했고 지난달 2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회가 지난 11일 사직안을 의결해 곽 전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 특권을 잃었다.
곽 전 의원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과 함께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인사들 명단인 ‘50억 클럽’에 거론됐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부지의 녹지 보전 구간 설정과 관련해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은 계속 수사 중이다. 곽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대장동 개발사업이나 화천대유와 관련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고 어떤 일에도 관여돼 있지 않다”고 적었다.
검찰은 지난달 1일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 담당 실무자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지난 17일에는 곽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하나은행 본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구속할 경우 대장동 사업의 최종 수익자를 찾는 로비 의혹 수사는 동력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검찰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곽 전 의원은 물론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홍 회장 등 ‘50억 클럽’ 6명 중 4명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특검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건이 2011년 검찰 수사를 피해가는 데 역할을 한 의혹, 인척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장동 세력과 100억원대 자금을 거래한 의혹, 딸이 화천대유 분양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의혹 등이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홍 회장은 2019년 김만배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5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이 구속되더라도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다.
곽 전 의원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가 비교적 뚜렷했다. 반면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의 경우 무성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중대한 위법의 결정적 정황이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 강도 역시 차이가 난다. 검찰은 곽 전 의원과 그 아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일찌감치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박 전 특검 등에 대해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구속하는 선에서 정·관계 로비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박 전 특검 등에 대한 수사 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곽 전 의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다음달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이상한 나라의 대장동' 인터랙티브> https://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1/daejang/
허진무·이효상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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