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멈추지 않은 탄압과 저항, 미얀마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두리 기자 2021. 11. 2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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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얀마 민주화 투쟁 300일
오늘도 연대하는 국내 목소리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29일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최나현씨와 신민주씨가 군부독재를 규탄하는 ‘미얀마 피스-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처음엔 시민 참여 많았는데
요즘엔 시위 자체가 잊혀져
“5·18 등 역사에 빚 갚으려”
1인 시위 참여, 힘 보태기도

매주 일요일 경남 창원역에는 미얀마어로 번역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경남미얀마교민회, 경남이주민센터, 창원촛불시민연대 등 경남 지역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지난 3월 시작한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일요시위’가 28일로 39회차를 맞았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에 따르면 경남 지역에는 약 2700명의 미얀마인이 살고 있다. 미얀마 CDM(시민불복종운동)과 개인·언론 등으로부터 매일 현지 소식을 접한다는 이 대표는 “디지털을 통해 국경 없는 시민 연대가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을 일종의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31)은 “한국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야 국내(미얀마)에서도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우리도 계속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힘을 낼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국내에는 여전히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미얀마 민주화’를 외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내가 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기도, “역사에 진 빚을 갚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국내에서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장기 군사독재로 얼룩진 과거를 기억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미얀마의 상황에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의 목소리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국내 보도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미얀마 민주화’라는 키워드를 포함하는 뉴스 기사를 검색한 결과 3월 한 달간 858개를 기록한 기사 수는 6월 184개, 9월에는 37개로 감소했다.

한베평화재단은 지난 4월1일부터 서울 성동구의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피스-피케팅’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미얀마 군부독재 타도위원회 역시 올해 2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 성동구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군사 쿠데타 규탄시위’를 꾸준히 하고 있다. 11월부터는 격주로 시위를 진행 중이다. 소모뚜 공동위원장(46)은 미얀마 난민들에게 겨울옷을 보내는 캠페인에 한국인들이 양질의 옷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의 보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시민들의 관심까지 낮아진 건 아니에요.” 위원회는 옥수동 시위 때마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시간으로 미얀마 현지의 시민 투쟁에 힘을 보탤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서 연대시위를 계속해야 한국인들도 미얀마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테니까요.”

지난 27일은 미얀마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지 3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의 탄압과 시민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내전으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인구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법지원협회(AAPP)가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1295명이 쿠데타로 사망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은 지난달 26일 열린 정상회의에 미얀마 쿠데타 주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을 배제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아세안이 미얀마 군사 쿠데타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5일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도 초대되지 않았다.

“3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미얀마 어딘가에서 투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는 한국에 있지만 매일같이 이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이를 알리고 이야기해야 하는 겁니다.” 소모뚜 위원장이 말했다. 소모뚜 위원장에 따르면 미얀마인들은 “2022년에는 반드시 민주화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투쟁하고 있다. 그날이 올 때까지, 한국의 #JusticeForMyanmar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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