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기고 "종전선언은 외교적 연극.. 평화 없이 평화 선언하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이 “외교적 연극(diplomatic theater)”이라며 오히려 한반도 안보위협을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한국은 평화 없이 평화를 선언하길 바란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일방적인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발 보도들은 바이든(외교안보)팀이 이 연극(charade)에 동조하는 것처럼 전하고 있고, 한국의 햇볕정책 지지자(sunshiner)들은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의 ‘최종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무언극(pantomime)과 같은 가상의 돌파구(make-believe breakthroughs)가 한국의 안보를 강화해줄 수 없으며 오히려 한반도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문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를 보장하자는 공동성명에 서명했지만, 남북평화는 실현되지 않았다”며 이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의 사건이 일어나고 수많은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두고 “미국산 앵무새”라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종전선언 추진과 내년 3월 대선과의 관련성에 대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수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심하게 배려해왔지만, 특별히 보여줄 수 있는 성과 없이 임기 말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보수 성향의 상대 후보 보다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현 정부와 여당은 종전선언에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에버슈타트 연구원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할 경우,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사실상 버리게 되는 셈”이라며 “종전 파티(an end-of-war party)를 벌이면서 어떻게 국제사회를 동원하여 북한의 핵무기를 압박하겠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또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운동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으로 북한을 달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은 제국주의자로, 한국은 (미국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해봤자, 북한은 (이를 한미 양국이) 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더 많은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문서(종전선언)가 서명되는 즉시, 유엔사는 북한의 오랜 바람대로 해체될 것이고 한미 동맹은 미국에서 더 많은 검증의 도마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이 코로나와 경제난으로 무력한 상태이지만 종전선언을 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다시 일어서서 협박을 일삼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국가들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중국과 러시아도 대담해질 것”이라며 “이들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마음대로 위반하고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로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그는 일본은 “즉각적인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은 일본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라며 “(종전선언을 할 경우) 일본 지도자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면서 독자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 다른 동맹들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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