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곰이 번호키 열었나"..'벌써 6번째' 같은 농장서 탈출
일주일 전 경기도 용인의 한 반달가슴곰 농장에서 곰 다섯 마리가 탈출했습니다. 아직 한 마리는 못찾고 있는데요. 곰이 탈출한 게 이 농장에서만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조용한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곰 탈출 지역으로 현재 포획 중이니 산에 들어가지 말라는 건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경찰차 여러 대가 차례로 현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서둘러 농장으로 향합니다.
농장에서 곰 다섯 마리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조영렬/주민 : 앞으로 곰이 지나갔다고. 긴가민가했는데 또 한 분이 곰을 봤다고. 그래서 아차 싶어서…]
두 마리는 다시 잡혔고, 두 마리가 사살됐는데 한 마리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농장 인근엔 150여 가구, 3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일대 야산 13만평을 뒤져야 하는 상황.
총을 멘 야생동물포획단은 일주일째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조성천/야생동물포획단 : (곰 농장과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죠?) 2㎞쯤 될 거예요. (이쪽 산까지도 곰이 탈출했을 걸로 의심하는…) 그렇죠. ]
갑자기 곰의 흔적을 찾았다는 무전이 들려옵니다.
[조성천/야생동물포획단 : 곰 흔적이 있느냐고요. (흔적이 있어.) 발자국이요? 뭐예요? (곰 발자국.)]
우거진 나무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갑니다.
[(못 올라오실 텐데? 우리는 신발에 못이 박혀 있어.)/미끄러워서 안 돼. 카메라를 안 멨으면 모르겠는데…]
포획단은 이렇게 수색견까지 투입해 곰 농장 일대 야산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포획단 : (벌써 저기까지 간 거야?) 이리 와, 콜비. 1㎞씩 가요. 냄새 맡고.]
수색은 밤늦게까지 이어집니다.
이번엔 드론을 띄워 열화상 카메라로 곰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농장 안에 곰 열세 마리가 모여 있습니다.
주변 야산을 훑어보니 고라니도 보입니다.
언제 곰을 마주칠지 모르는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유기옥/주민 : 멧돼지는 우산을 갖고 다니면 괜찮다고 합니다. 쫙 펼치면 도망간대요. 그런데 곰이 달려들면 어떻게 합니까.]
[김기원/주민 : 어린이집 끝나고 마당에서 많이 놀거든요. 요즘엔 못 놀게 했습니다.]
이 농장에서 곰이 탈출한 게 벌써 6번째, 주민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주민 :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요. 기자님은 여기 곰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집 밖에) 나오겠어?]
이 농장은 환경청 위탁을 받아 한 협회가 관리 중입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 : 문을 열기 전에 양쪽으로 몰아놓고 틈을 딱 닫고 나서 밥을 주고 우리가 (자물쇠) 채우고 나오거든.]
협회는 잠금장치를 해놨는데 누군가 풀어놨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민 : (협회에서는) 번호키인데 누가 열어놨다는 거야. 번호키를 곰이 열 수는 없거든.]
당일 농장 출입구 CCTV 영상엔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습니다.
관련 단체들은 모두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없다"며 곰의 행방을 확인한 뒤 조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5년간 이 농장에서 달아났다가 사살된 곰은 열두 마리에 이릅니다.
곰 탈출이 반복되고 있지만 환경청과 지자체는 곰이 사유재산이라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는 2년 뒤에야 생태공원을 만들어 곰을 보호할 예정입니다.
붙잡지 못한 두 마리는 끝내 사살됐지만 주민들은 매일 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행정과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반복되는 일들, 이제는 멈춰야 할 때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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