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일까, 윤석열 우세일까..'D-100 지지율 조사' 왜 달랐나?
내년 3월 대선을 100일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흐름이 나타난 가운데, 일부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크게 나오면서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기존 여론조사가 전화면접이냐 자동응답이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표본 추출 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29일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 대부분은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는 결과가 나왔다. 케이스탯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지난 25~26일 조사한 결과는 윤 후보 36.1%, 이 후보 34.4%로 격차는 1.7%포인트에 불과했다.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KBS) 의뢰로 지난 26∼28일 한 조사에서 두 후보는 모두 35.5%로 동률을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26~27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윤 후보 38.9%, 이 후보 36.1%로 격차는 2.8%포인트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같은 날 조사한 결과도 윤 후보 41.8%, 이 후보가 39%였다. 넥스트리서치(SBS 의뢰)와 코리아리서치(MBC 의뢰)가 27∼28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각각 1.7%포인트(윤석열 34.4%·이재명 32.7%)와 3%포인트(윤석열 35.7%·이재명 32.7%)로 경합세였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26~27일 벌인 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43.7%로, 이 후보(35.1%)를 8.6%포인트 앞섰다. 또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2~26일 한 조사에서도 윤 후보 46.3%, 이 후보 36.9%로 격차가 더 컸다.
그동안 자동응답 방식(ARS) 여론조사는 정권교체 열망이 큰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가 많아 윤 후보 선호도가 더 높게 나온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표본 추출 방식의 차이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티비에스가 의뢰하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안심번호)와 와이티엔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임의걸기) 모두 자동응답 방식이었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 기관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수행한 조사에서도 표본 추출 방식에 따라 지지율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2~23일 벌인 조사에서 이 후보는 37.1%, 윤 후보는 38.4%를 얻으며 박빙이었만, 지난 16∼18일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2%, 이 후보가 31%로 1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두 조사 모두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표본 추출 방식에서 안심번호와 임의걸기로 차이가 있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통해서는 잡을 수 없는 여론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알뜰폰 가입자가 늘고 있어 60대 이상이나 20대가 여론조사 대상에서 아예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상(안심)번호를 성·연령별로 몇 배수를 신청하는지에 따라 통계에 바이어스가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리얼미터 쪽은 표본추출 방식이 여론조사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를 제외하고는 기존 조사처럼 전화면접 방식이 접전으로, 자동응답 방식이 윤 후보가 유리하게 나온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며 “안심번호와 임의걸기가 유의미한 결과의 차이를 보인다고 결론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또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진행된 조사의 패턴과 상관관계를 봐야 한다. 단면적으로 나열해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비교 분석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러 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차이를 말하지 말고, 같은 기관이 같은 방식으로 한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나래 송채경화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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