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지분 늘리는 한화.. 재계 "경영승계 본격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이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최근 그룹 지배 구조에서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지분율을 늘리면서 김 사장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김 사장이 주요 직책을 맡아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에서 김 사장으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함께 방산·화학 중심으로 성장한 한화의 사업 구조도 수소·친환경·우주와 같은 신사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관 그룹 지배력 확대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는 지난 10월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과 합병했다. 에이치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에너지와 합병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율에 따라 김동관 사장이 한화에너지의 지분 50%를,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25%를,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25%를 보유하게 됐다.
이 한화에너지가 최근 ㈜한화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지난 9월 6.13%였던 ㈜한화 지분율은 지난 26일 기준 9.7%까지 늘어났다. 김승연 회장(22.65%) 다음으로 ㈜한화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것이다. 한화에너지에 이어 국민연금이 7.67%를 보유하고 있고, 김동관 사장이 4.44%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지분 기준으로는 김 회장에 이어 김 사장이 둘째로 많다. 10대 그룹 임원은 “한화에너지의 보유 지분과 김동관 사장이 보유한 지분을 통해 ㈜한화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는 한화생명·한화건설·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과 같은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지난달에는 김희철 한화임팩트 사장이 한화에너지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김 사장의 지휘 체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희철 대표는 김 사장과 지난 10여 년간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함께 추진해 김 사장의 ‘태양광 멘토’로 불리는 인물이다.
◇김동관 대외 행사에 그룹 대표로 나서
김 사장은 그룹 내 요직도 두루 맡고 있다. 한화솔루션 사장인 그는 지난 3월 출범한 그룹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고 있고, ㈜한화 전략부문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김 사장은 신재생에너지·수소·우주 산업을 미래 그룹의 먹거리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들어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에서 기조 연설을 맡아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소개했다. 지난 9월엔 국내 10개 그룹이 참여한 수소기업협의체 출범 행사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김 사장이 한화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지원 아래 김 사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로 나서는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이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사업을 애정을 갖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대외 활동에도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부사장은 한화생명을 포함해 금융 계열사들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금융 계열사들의 두나무·야놀자·뮤직카우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승마를 프리미엄 레저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 상무는 승마 국가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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