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성과급 500만원'에 시끌.. 현대차가 불붙인 제조업 성과주의

류정 기자 2021. 11.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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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현대차가 최근 사무·연구직군에서 성과가 좋은 간부급 직원 10%를 선발해 지급한 특별 포상금(500만원) ‘탤런트 리워드’<본지 26일 자 B1면 참조>가현대차뿐 아니라 재계에서 뜨거운 논쟁 거리로 떠올랐다.

집행부가 생산직 출신인 노조는 “위화감을 조장하고, 임금 차등 지급을 금지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무·연구직들 사이에서도 선발 기준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경영진은 우수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탤런트 리워드를 정례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무·연구직 사이에선 “성과급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모비스도 조만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재계에선 그동안 노사 협상에 따른 성과급만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현대차가 전례가 없던 ‘차등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다른 제조업체의 성과 시스템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가 쏘아올린 제조업 성과주의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측에 “탤런트 리워드는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 노사 단체 협약의 “비조합원에게 별도 혜택을 부여해 위화감·불평등을 조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사측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책임매니저급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단협 위반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했다. 오히려 “노조가 원한다면 노조원을 상대로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사무·연구직군 내부에선 “지급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인 인사고과 대신 부서장 추천 방식으로 선발한 만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 게시판에는 “대부분 40~50대 팀장이 가져갔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전례 없는 차등 성과급 도입에 시끌시끌하지만, 현대차 경영진은 탤런트 리워드를 향후 정례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정의선 회장은 평소 “(현대차를)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운 회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연공서열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바꿔야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인재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다는 경영진의 인식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매니저급 직원들과 그룹 내 타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는 왜 주지 않느냐”며 제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사무직 과장급 직원은 “파이가 커지면 좋은데, 왜 노조가 도입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인사고과에서 최상위 등급인 O등급(아웃스탠딩)을 받은 5% 직원을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탤런트 리워드 도입에 대한 현대차 내부 반응

◇“국내 생산 현장 보상 시스템 변화 계기”

현대차의 특별 포상금 ‘탤런트 리워드’ 도입을 계기로, 국내 다른 생산 제조업체들도 성과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직 내 평등주의가 강한 현대차가 첫발을 내디딘 만큼 성과급 제도가 자동차 선업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사측과 임단협 협상을 하면서 모든 직원들에 대한 동등한 보상을 요구해 성과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런 과도한 평등주의로는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업무 성과가 뛰어난 사무·연구직의 불만이 팽배했고 네이버나 게임 회사 같은 IT 대기업으로의 이직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전기·자율주행차가 중심이 된 모빌리티 서비스, 데이터 플랫폼 산업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 확보가 필수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도 좋은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IT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보상 시스템으로선 인재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제조업체들도 성과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직급을 높여주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따라 보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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