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가 알려준다 "커피값 40만원 아껴 적금 드세요"

김신영 기자 2021. 11.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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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금융 비서' 내일 서비스 시작

직장 생활을 갓 시작한 ‘김 대리’는 하루에 커피를 6잔 정도 사 마신다. 매일 2만4000원, 한 달이면 60만원 정도를 커피에 쓰고 있다. 어느 날 휴대전화에 A은행의 알람이 울렸다. ‘○○○님의 신용카드 명세를 보니 커피 체인에서 쓴 돈이 많습니다. 비슷한 월급을 받는 다른 금융 소비자보다 커피 소비가 3배나 됩니다. 커피를 3분의 1로 줄이면 4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사회 초년생을 위한 고금리 적금에 가입해보면 어떤가요.’ 김 대리는 자신의 통장이 늘 바닥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휴대폰으로 적금 명단을 살펴보고 하나를 골라 가입했다.

‘내 손안의 금융 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가 12월 1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허락할 경우 은행·카드·보험·증권 등에 흩어진 금융 관련 정보를 한 사업자가 모아서 맞춤형 정보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위의 사례처럼 은행이 신용카드 정보를 가져다 쓸 수도 있고, 역으로 신용카드사가 은행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음 달 시범 서비스를 거쳐 1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새로운 금융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와 또 하나의 ‘요란한 수레’가 될지 모른다는 의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사가 ‘나’를 더 정확히 분석한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금융사 등에 ‘다른 회사에 있는 내 정보를 가져다 써도 좋다’고 허락할 경우 이 정보를 한곳에 모아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하나의 휴대폰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를 간편히 관리할 수 있어서 편하고, 금융회사 입장에선 소비자의 실체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의 ‘김 대리’ 사례와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KB국민은행의 변기호 마이데이터플랫폼 사업단장은 “지금까지는 우리 은행에 있는 정보만을 토대로 해야 했다면 이제는 금융 소비자의 모든 자산을 종합적으로 취합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9일 현재 10개 은행, 7개 신용카드사와 19개 핀테크·빅테크사 등 총 52사가 허가를 받았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여부와 별개로 모든 금융사 및 국세청 등 공공기관은 사용자 요청이 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핀테크사, 공룡 금융사와 겨룰 길 열려

마이데이터 참가사들은 마이데이터가 발전하면 보다 입체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회사별로 개성 있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국희 미래에셋증권 마이데이터TF 차장은 “지금까지는 어떤 투자자가 B증권사에 1억원을 맡기고 90% 이상을 원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할 경우 이 정보만을 토대로 ‘보수적 투자자’로 분류됐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다른 금융사를 통한 투자 내역을 봤더니 이 투자자가 C은행 PB센터를 통해 10억원 넘게 매우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B증권사가 더 적확한 투자 제안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가 불러올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은행·카드·증권 등을 나누던 금융 칸막이의 붕괴다. 지금은 기존의 소비자를 많이 보유한 ‘공룡’ 은행 등이 경쟁에서 유리했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작은 핀테크 회사도 대형 금융사와 같은 양의 데이터를 손에 넣고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자동차를 경품으로 걸었다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과열 경쟁’ 경고를 받고서야 경품을 바꿨을 정도로 기존 금융사들이 더 가열차게 가입자를 모으고 있는 이유다. 핀테크 회사들은 대부분 시스템 안정화 과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차례로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마이데이터가 진정한 통합 자산 관리 서비스로 자리 잡고 메타버스(현실과 연결된 가상 세계) 등 미래 신기술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선 유통·헬스케어 등의 데이터도 융합해서 한 단계 더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메타버스 회사 모핑아이의 김기영 대표는 “신용카드 소비가 메타버스 속 ‘나’와 연결돼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으면 경고가 날아오는 식으로 마이데이터는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부처별로 나누어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를 보다 유용하게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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