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거액 퇴직금 수령' 곽상도, 검찰 두 달만에 구속영장 청구

이효상 기자 2021. 11. 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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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홍선근 회장

검찰이 29일 대장동 민간사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곽상도 전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약 6년간 근무하고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사실이 보도된지 약 2달만이다. 곽 전 의원을 시작으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다른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직전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나은행 고위층에 입김을 넣고 그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본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곽 전 의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성균관대 동문이다. 화천대유는 하나은행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자로 선정됐다.

곽 전 의원은 지난 9월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찌감치 ‘50억 클럽’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고 돈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당초 검찰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현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이던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관련 문화재 발굴 면적을 축소하도록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했으나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 결국 뇌물 혐의 대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의 진술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서 ‘경쟁 컨소시엄이 건설회사 관계자를 통해 김정태 회장을 접촉해 하나은행을 끌어들이려 하자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화천대유 컨소시엄에 남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금융권의 업무에 해당하는 사항을 알선하고 대가를 취했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구속할 경우 대장동 사업의 최종 수익자를 찾는 로비 의혹 수사는 최소한의 명분과 구색, 동력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검찰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곽 전 의원은 물론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50억 ‘클럽 인사’ 6명 중 4명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특검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건이 2011년 검찰 수사를 피해가는 데 역할을 한 의혹, 인척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장동 세력과 100억원대 자금을 거래한 의혹, 딸이 화천대유 분양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의혹 등이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홍 회장은 2019년 김만배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5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이 구속되더라도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등 다른 의혹 대상자들은 혐의의 구체화 정도나 검찰의 수사 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곽 전 의원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가 비교적 뚜렷한 편에 속했다. 반면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의 경우 무성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중대한 위법의 결정적 정황은 아직 가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 강도 역시 차이가 난다. 검찰은 곽 전 의원과 그 아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일찌감치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박 전 특검 등에 대해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구속하는 선에서 정·관계 로비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박 전 특검 등에 대한 수사 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한 나라의 대장동' 인터랙티브> https://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1/daejang/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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