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이 오미크론에 뚫렸다.. 마스크·통금 부활, 국경 빗장도 걸었다

진달래 2021. 11.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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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포르투갈 확진자 발생.. 日·佛 등 '의심사례'
국경 차단 외에도 통행 금지 등 내부 방역도 강화
日 정부, 한국 등 모든 외국인 신규 입국 다시 금지 
남아공 대통령, 국제사회에 "여행금지 해제" 촉구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후 각국이 여행 제한령을 내린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운항정보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케이프타운=EPA 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신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자가 첫 발견지인 아프리카 대륙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정부는 전파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 국경 차단,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 등 내부 단속에 한창이다. 잠시 풀었던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이자 반발 여론도 일고 있지만, 변이의 실체와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진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확인해 보고한 대가로 갑자기 하늘길이 막히며 '국제적 고립'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항변도 거세지면서 백신 불평등 논쟁마저 더욱 불붙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캐나다에서 최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여행객 2명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확인됐다. 북미 대륙에서 나온 첫 감염 사례다. 포르투갈에서도 리스본의 한 프로축구 클럽 선수 13명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로 파악됐다.

이미 감염 사례가 보고된 나라들에서도 그 수가 계속 늘어날 조짐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남아공에서 입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항공기 승객 61명 중 최소 13명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이날 확인됐다. 추가 감염 사실이 파악될 수도 있다. 같은 날 영국과 독일에선 세 번째 '오미크론 감염'이 발견됐는데, 29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도 6명이 더 확인됐다. 특히 모잠비크에서 12일 입국한 남성이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탈리아는 초비상이다. 2주 전부터 유입된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감염 의심' 사례가 발견된 국가는 더 많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이날 8건, 브라질은 1건의 오미크론 의심 사례가 나와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스위스와 일본도 각각 남아공과 나미비아에 체류했다가 귀국한 코로나19 확진자를 상대로 오미크론 변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11일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국가는 총 15곳이다. 남아공과 영국(스코틀랜드 포함), 독일,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호주, 이스라엘, 홍콩, 네덜란드, 덴마크, 캐나다, 포르투갈 등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기 발견된 호주의 멜버른 공항에서 29일 여행객들이 안전복을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뉴스

각국 정부는 재빨리 방역 수준을 상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부터 3주 동안 오후 5시까지만 카페, 미술관, 극장 등을 운영하도록 했고, 슈퍼마켓과 약국도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사적 모임에도 제한(13세 이상, 집에서 4명까지 가능)을 뒀다.

영국은 30일부터 대중교통과 상점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지난 7월 봉쇄를 푼 지 4개월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영국은 변이 상황 공유 및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29일 주요 7개국(G7) 보건장관 긴급 회의도 소집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도 선제적 조치에 들어갔다. 30일 0시부터 한국인을 포함, 모든 국적의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중단한 일본이 대표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세계는 지금 오미크론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과학·제약업계가 돌연변이의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2~4주가 걸린다"고 밝혔다. 구체적 대책 수립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기존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숨가쁜 대응 속에 아프리카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최초 변이 발견지라는 이유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전 세계가 빗장을 걸고 나선 탓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감염이 확인된 상황인데 국경 차단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맛시디소 모에티 WHO 아프리카 지역사무국장은 "여행 제한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약간 늦출 순 있겠지만, (아프리카인의) 삶과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이날 생방송 대국민 담화에서 "(남아공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는 지난달 로마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이뤄진 개발도상국 관광업 진흥 등에 관한 합의에도 어긋난다"며 각국에 제한령을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발생한 변이의 책임은 '백신 사재기'를 한 선진국에 있다는 비난 여론도 거세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 접근 불평등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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