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격적 인사제도] '뉴 삼성' 핵심 성과·수평.. 급변하는 경영환경 대응
실리콘밸리식 인사제도 등 도입
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전망이다.본래 조직의 기틀은 인사제도 혁신에서 시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9일 재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인사제도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임직원 간 상호 협력, 업무능력 성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두고 마련됐다.
이는 삼성의 미래를 잘 보여준다.
'승리만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아닌 '공동의 도약'으로의 변화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삼성의 새로운 가치는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들에서 잘 나타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이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생존환경의 변화는 간단하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이기기만 하는 조직'은 반드시 진다는 것이다. 칼로 성공한 이는 칼로 망한다는 이치다. 같이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게 글로벌 경쟁사회의 새로운 트랜드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 비전에는 이 같은 가치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가치를 반영한 것이 바로 이번 인사제도다. 이번 인사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하는 한편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해 직원들이 서로의 직급을 전혀 알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한 실리콘밸리식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삼성에 정착시키기 위해 주요 거점에 공유오피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업장 내 카페나 도서관에는 자율 근무존을 마련한다.
이처럼 삼성이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혁신에 집중에 나선 것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공급망 리스크로 인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 대응하고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내부에서부터의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경영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표현한 바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에도 창의적·도전적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직급을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에서 가진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리더 기업 경영진들과의 만남 또한 '뉴삼성'으로 가기 위한 인사제도 구상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들과의 회동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젊고 유연하며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다. 현재 재계에는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주요 기업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조직문화를 바꾸고 능력 있는 인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에 분주하다.실제로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신임 CEO로 40대 기수를 등장시켰다. 네이버가 지난 17일 1981년생 최수연 신임 대표를 선임한 데 이어 25일에는 카카오가 1977년생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카카오의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는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로서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여민수 대표와 함께 카카오 공동대표가 될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의 성공적인 IPO(기업공개)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혁신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런가 하면, 최근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한 LG그룹과 LS그룹의 경우 신규 임원 수를 대폭 확대하며 임원진의 평균 연령을 낮추고 있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래 최대 규모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발탁했는데, 신규 임원 중 40대의 비중이 60%를 넘었다. 이에 따라 LG그룹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좀더 젊은 조직,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재계가 크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조직 내적으로는 뼈를 깎는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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