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암 지형도 바뀐다"..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과 발병률 비슷

권대익 2021. 11. 2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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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인 암(여성 생식계 암)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자궁경부암이 가장 많았고, 난소암ㆍ자궁내막암이 뒤를 이었다.

자궁경부암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접종 활성화와 국가 암검진으로 전(前)암 단계에서 많이 발견되면서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자궁내막암은 여성 암 발병률 10위에 이를 정도로 늘었지만 조기 발견을 위한 제대로 된 검진법이 없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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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용범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용범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 후 출혈이 있으면 전암 단계인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일 확률이 15~20%에 달해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부인 암(여성 생식계 암)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자궁경부암이 가장 많았고, 난소암ㆍ자궁내막암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형 암’으로 불리는 자궁내막암이 꾸준히 늘면서 어느새 자궁경부암과 비슷한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자궁경부암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접종 활성화와 국가 암검진으로 전(前)암 단계에서 많이 발견되면서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자궁내막암은 여성 암 발병률 10위에 이를 정도로 늘었지만 조기 발견을 위한 제대로 된 검진법이 없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자궁내막암이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인암 치료 전문가’ 김용범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위험 인자와 주증상을 알고 징후가 발견되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최선의 조기 진단법”이라며 “최근 수술법 발전으로 환자 부담도 줄고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가임력 보존 여부를 고려한 치료법도 선택할 수 있기에 가급적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이란.

“자궁 입구에 해당하는 자궁 경부(頸部)를 지나 안쪽에 이르면 자궁 체부(體部) 내벽에 아기가 착상해 자랄 수 있는 ‘자궁 내막’이라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 생기는 암을 자궁내막암이라고 한다. 영국ㆍ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 암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 720여 건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4배가량 늘어난 2,900여 건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발병 원인은 자궁내막암의 90%를 차지하는 제1형의 경우 호르몬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없는 상태에서 에스트로겐에만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면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에스트로겐에 대해 반대 작용을 하는 호르몬인데, 이것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으로 인해 자궁 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다가 암으로 악화된다.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는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주는 당뇨병ㆍ고혈압ㆍ과체중 혹은 고도 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들 수 있다. 장기간 배란과 생리가 없거나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도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경이나 출산하지 않은 여성은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증가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제2형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 과다와 연관성이 적고, 갱년기 이후 퇴화된 자궁 내막에서 주로 발생한다. 비교적 소수에 해당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나.

“가족 중 자궁내막암을 비롯해 유방암ㆍ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위험성이 높으므로 정기검진으로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조기 진단을 위한 검진법이 확립돼 있지 않다. 현행 국가 암검진 사업에서는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6개 다빈도 암 검사만 지원하고 있어 자궁내막암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부 환자는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자궁 경부 세포진 검사’로 자궁내막암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정확도가 30~50%로 낮아 적절한 검사법은 아니다. 이 검사는 질경(膣鏡)을 질 내 삽입해 자궁 경부ㆍ질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염색해 현미경으로 세포 형태를 살펴보고 비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상을 정확히 알고 있다가 의심될 때 전문의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자궁내막암의 대표적 증상은.

“자궁내막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질 출혈 혹은 자궁 출혈이 나타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상을 느낀 환자가 병원을 찾아 암 진단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폐경 후 출혈이 있으면 전암 단계인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일 확률이 15~20%에 달해 검사가 꼭 필요하다. 폐경 전 여성은 생리 기간 사이에 비정상 자궁 출혈이 있거나, 생리량이 점점 많아지거나, 무배란성 불규칙 출혈 등이 나타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기를 권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비정상적 출혈이 생기면 무심코 넘기지 말아야 한다.”

-환자들이 수술 걱정을 많이 하는데.

“이전에는 자궁내막암 수술은 개복(開腹) 방식으로 이뤄졌고, 자궁ㆍ난소ㆍ난관은 물론 골반과 대동맥 주위 림프절을 모두 절제했기에 후유증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대부분 배에 작은 구멍 몇 개만 뚫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시행하기에 최소 침습으로 안전하게 암을 제거할 수 있다. 특히 로봇 수술은 통증 및 합병증 등 부작용이 복강경 수술보다 낮고 고도 비만 등 최소침습수술이 어려울 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림프절 전(全)절제술도 고위험군에서만 선택적으로 시행하거나 ‘감시 림프절 생검’으로 최소화하고 있다. 자궁에서 떨어져 나온 종양 세포가 림프관을 따라 흐르다가 최초로 미세 전이가 발생할 것으로 의심되는 림프절을 검사해 이곳에 전이가 없으면 다른 림프절 전이도 없는 것으로 판단해 림프절 전절제술을 보류하는 방식이다.”

-재발 우려도 적지 않은데.

“자궁내막암은 병기(病期)가 높아질수록 재발 확률이 높아지므로 수술 후 병리조직 검사를 실시해 정확한 병기를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항암화학치료 등 보조 요법으로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에서 표적 치료제와 면역 치료제를 조합한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면역 치료제 키트루다와 표적 치료제 렌비마 병합 요법은 매우 뛰어난 효과를 보여 현재 우리 연구팀도 국제 공동 대규모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이 치료 효과가 규명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재발성 자궁내막암에서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수술을 주저할 것 같다.

“매우 젊은 여성에게서도 자궁내막암이 발생하므로 가임력이 영구적으로 상실되는 수술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는 프로게스틴 기반의 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제1형 자궁내막암 중 전이나 근육층 침범이 없는 비교적 초기 암일 때 가능하다. 호르몬 치료로 암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면 배아이식술과 같은 보조 생식술을 통해 빠른 임신을 시도하고, 재발 위험이 있기에 출산 후 환자 상태를 파악해 자궁절제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명심할 것은 이런 보존적 수술이 가임력 보존을 위한 차선의 치료법이라는 점이다. 호르몬 치료 성공률은 국내에서 78%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후 임신성공률도 30% 수준이라 환자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 또한 치료 후 재발 가능성도 높고 전이ㆍ재발 진단도 늦어지는 단점도 있다. 이를 충분히 이해한 뒤에도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지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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