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고향' 영광 찾은 이재명.."호남 기대 부응 못해 죄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읍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전남 영광 방문 일정을 끝으로 나흘간 호남 일정을 마쳤다. 이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고향인 영광을 방문한 것을 두고 이 전 대표 세력까지 끌어안는 '원팀' 기조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영광 터미널시장을 찾아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이 전 대표를 수차례 언급하며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후보는 "여기가 제가 존경하는 호남이 낳은 정치 거물 이낙연 전 대표님 고향 맞습니까? 존경하는 이 대표님 잘 계시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를 잘 모시고 더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영광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광 굴비 한 두름 샀는데 구워서 맛있게 먹으며 영광과 이 전 대표를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영광을 방문하기 전부터 이 전 대표에게 만날 것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전남 강진에서 농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에게) 제가 전화는 드렸다. 하지만 원래 잡힌 일정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일정을 미리 조정하진 못했고 다음에 아마 같이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읍 영광터미널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손을 들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 후보는 "호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영광 군민들과 호남 국민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기회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 기대한 만큼 신속하게 예민하게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부족하다. 다시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당의 죽비고 회초리다"라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혁신한 민주당으로 신속하고 강력하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저격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정이라고 하는 것이 하루 이틀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점쟁이한테 듣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시간이 들며 전문가들과 학자들 그리고 실력있는 사람들이 모여도 국정을 이끌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윤 후보의 짧은 정치경력과 무속인과의 관계 의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후보는 "오직 보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원망하고 심판하겠다는 말만으로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전남 목포를 시작으로 신안군, 해남군을 방문했으며, 다음날인 27일에는 장흥군, 강진군, 순천시 여수시를 찾았다. 전날인 28일에는 광주에 방문해 광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여했다. 이날 오전엔 광주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주재한 뒤 광주 지역 대학생들과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2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지지연설을 한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지지율 반전을 위해서는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이 전 대표계 인사들을 선대위 자리로 끌고 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이 전 대표가 영광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도 이 후보를 대선 주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 후보 입장에선 호남 일정의 피날레를 찍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장 평론가는 "이 후보가 직접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설득해야한다"며 "설훈 민주당 의원이라든지 김종민 의원 등을 선대위에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분열없이 선거를 치루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 후보는) 뒷짐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